사설·칼럼

[차석록 칼럼] 국민연금 개편 늦을수록 충격 크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2 16:57

수정 2018.08.22 16:57

각국서 연금개혁으로 몸살.. 욕먹더라도 제대로 손봐야
미래세대에 짐 넘겨선 안돼
[차석록 칼럼] 국민연금 개편 늦을수록 충격 크다

경제위기를 맞았던 그리스가 21일 8년 만에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구제금융 졸업이 확정된 날 그리스는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구제금융 종식을 선언한 시간에 그리스 의회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과 구조개혁을 담은 개혁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개혁법안에는 내년부터 최대 18%까지 연금을 추가로 깎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스는 이미 구제금융 기간 10차례 이상 연금개혁을 단행해 연금이 3분의 1 이상 줄었다. 연금 수령나이도 65세에서 67세로 올렸다.


니카라과도 22% 연금보험료 인상과 5% 수급혜택을 줄이는 연금개혁안을 확정하자 전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전개됐고 충돌사태까지 빚었다. 연금개혁은 어디나 쉽지 않다. 국민의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3년 앞당겨진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재정추계에 따라 2개의 개혁안이 제시됐다. 개혁안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5%로 유지하거나 40%로 낮추고, 20년간 유지돼온 보험료율을 2~4.5%포인트 올리는 한편 수급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내용이다. 여론은 펄펄 끓었다. 2030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연금 수령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도 분노했다. 일본 단카이 세대처럼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이지만 이들의 연금은 은퇴부부의 최저생계비 167만원도 대부분 요원하다. 노후가 불안한데도 더 많이 오래 내고, 더 늦게 덜 받으라고 하니 기름을 부은 꼴이다.

단카이 세대는 1947년부터 1949년 사이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다. 전후 일본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만든 세대다. 이들은 여유 있는 노년의 삶을 누린다. 1950년대 말부터 고령화에 대비한 일본 정부의 수차례에 걸친 연금개혁 덕분이다.

정부는 이왕 욕 먹었으니 제대로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어정쩡한 연금개혁은 세대 간, 계층 간 갈등만 초래한다. 이미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2030 세대는 "우리는 보험료만 내다가 죽으라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폐지하거나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고보조를 받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튀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국연금학회장을 지낸 방하남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연금개혁은 빨리 할수록 충격이 작고, 늦으면 늦을수록 충격은 크다"고 말한다. 늦어질수록 후손들이 폭탄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창과 방패, 우산장수와 소금장수처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민스럽다. 국민은 정부가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춰 보험료를 높이려고만 한다고 불만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되고,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개혁안은 국민이 납득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번에 정부와 제대로 연금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지난달 출범한 이탈리아 새 정부는 제대로 일은 하지 않으면서 특권만 누리는 국회의원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했다.
이번에 제대로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 국민은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은 원하지 않는다.
더 내더라도 더 받길 바란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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