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벤처펀드, 용두사미 될라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코스닥 벤처펀드의 인기가 시들하다. 출시 한달여 만에 2조원대로 자금이 불어나며 '핫'했던 코스닥 벤처펀드의 인기는 왜 사그라든 걸까.

시장에선 코스닥 벤처펀드는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올해 초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했다.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한다. 벤처기업이 신규 발행한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15% 이상을 펀드에 담게 했다.

투자위험이 큰 만큼 혜택도 컸다. 코스닥 벤처펀드에는 신규 상장 공모주의 30%를 우선 배정하고, 투자금액 3000만원에는 10%의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혁신기업은 펀드를 통해 모험자본을 유치하고, 투자자는 소액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 4월 5일 출시 이후 코스닥 벤처펀드는 인기몰이를 하며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출시 후 약 11일 만인 같은 달 16일 누적 설정액이 1조원, 그로부터 17일 후인 지난 5월 2일에는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자금유입 규모가 급격히 줄었고, 7월 말 설정액은 전월보다 1.50% 증가한 2조9853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고액자산가 위주의 사모펀드(215개) 설정액이 2조2131억원에 달했다. 12개 공모펀드 설정액은 7723억원에 그쳤다. 지난 5월 초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벤처펀드의 사모펀드 쏠림 완화와 공모펀드 육성을 위한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일반 국민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정책 취지는 CB 등 메자닌 투자에 강점이 있는 사모펀드 쏠림 현상이 지속되며 퇴색한 형국이다.

공모펀드의 경우 수익률도 부진하다. 지난 20일 기준 12개 공모펀드 가운데 11개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공모가 왜곡현상이 수익률 부진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공모주 청약에 기관들이 몰리며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 수준으로 결정됐지만 상장 후 주가는 부진했다. 물론 수익률 추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됐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도입 5개월여 만에 다양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이미 정책 취지와도 멀어져 보인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위한 추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