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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예산 쏟아붓는다고 일자리 생길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3 16:37

수정 2018.08.23 16:37

고용은 기업서 창출이 상식..혈세 민간부문에 집중해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내년도 예산과 관련,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최대한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당정이 새해에 일자리예산을 필요·충분할 만큼 투입하기로 결의한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5∼34세 실업자는 33만8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그래서 "일자리예산을 역대 최고치로 확대하겠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언급은 일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고용창출에 50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고용성적표도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과목별 성적은 낙제투성이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부문에서 고용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자영업과 영세 중소기업들도 '고용참사'를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그 많은 일자리예산이 다 어디 갔나"라는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고용이 줄었는데, 이런 근본요인에는 눈감은 채 혈세를 펑펑 썼다는 얘기다.

며칠 전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 결과를 보라. 올해 정부 일자리정책 로드맵의 5대 분야에서 '민간일자리 창출' 예산만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러니 지난 3월부터 공공부문을 뺀 민간일자리는 줄곧 감소한 게 아닌가. 1년 사이 우리 민간에서 6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안 미국은 민간부문에서만 거의 24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했다.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우린 '고용 쪽박'인 반면 미국은 '일자리 대박'이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만든다는 상식을 확인시켜주는 징후다.


예산을 마중물 삼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내수진작과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분수효과는커녕 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면? 정부가 50조 혈세를 헛되이 쓴, 잘못된 경로를 복기도 않고 답습해선 안 될 말이다. 재정 확장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예산이라는 '실탄' 확보에 급급할 게 아니라 제대로 과녁을 맞힐 수 있는지를 먼저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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