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단독 면담서 '묵시적 청탁' 오고가"..비상등 켜진 신동빈 측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변호인단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 동안 K스포츠재단에 대한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를 반박해온 점이 무색하게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그대로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롯데그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면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현안에 대한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오고갔고,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판단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70억원은 청탁과 대가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유죄로 결론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혐의에 대해 검찰만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2심 판단은 같았다.

재판부는 "청탁의 내용은 동일한데 명시적 청탁이 아니라 묵시적 청탁이라고 인정한 것이 범죄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에 직·간접인 영향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사실상 최순실씨가 소유한 K스포츠재단의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비 지원을 요구받고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게 아니라 재단에 돈이 흘러들어간 만큼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롯데의 지원이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 직무집행의 대가라는 점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묵시적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신 회장에게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정 구속된 신 회장은 현재까지 수감생활 중이다.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제3자 뇌물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부정 청탁' 논리를 깨기 위해 주력해왔다.

변호인 측은 지난 22일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기소되지 않은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SK는 소극적이었는데, 롯데는 적극적이라 실형이라는 1심 판단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의 지원 요청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오면서 신 회장 측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데도 묵시적 청탁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신 회장에 대한 2심 판단은 오는 29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이르면 10월 초 나올 전망이다.

이날 재판부는 최태원 SK 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단독 면담에서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오고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더블루K, K스포츠재단, 비덱스포츠 등에 총 89억원의 뇌물을 추가 요청한 점도 1심과 같이 유죄로 결론내렸다.

최 회장은 추가 출연 요청을 거부했고, 실제로 돈이 오고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를 면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