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기업 더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장 일에 시시콜콜 간섭.. 국회 논의 과정서 다듬길

정부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했다.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큰 작업이다. 공정거래법은 지금까지 27번이나 손질했다. 그 바람에 누더기가 됐다. 한번 크게 손볼 때가 됐다.

문제는 방향이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 독점을 막고 경쟁을 촉진하는 게 목적이다. 개편안이 과연 이 목적에 충실한지는 의문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더 조였다. 대상 기업이 현재 231개에서 607개로 세배 가까이 늘어난다. 총수 일가가 회사를 이용해 사사로이 이익을 취하는 편법을 더 틀어막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매기는 과징금은 두 배로 올린다.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하던 전속고발권은 폐지했다. 재벌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사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면 다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만 보지만, 기업은 노동부, 법무부, 금융위, 복지부(국민연금공단)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상법 개정 움직임, 금융그룹 통합 감독 방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까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동시다발로 쏟아졌다. 이미 기업들은 잇단 펀치로 그로기 상태다. 반면 기업들이 바라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은 물거품이 됐다. 대기업이 벤처에 투자하고 벤처는 그 돈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는 반재벌 정서를 넘어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낡은 사전규제의 틀을 깨지 못했다. 행여 부작용이 생길까봐 미주알고주알 정부 간섭을 더 강화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 정착한 사후규제는 이번에도 볼 수 없다. 사후규제, 곧 네거티브 규제는 일단 허용한 뒤 법을 어기면 엄히 다스리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혁신성장을 유난히 강조한다. 민주당의 이해찬 새 대표도 지난주말 수락 연설에서 "제일 먼저 민생경제 안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혁신성장 또는 민생경제 안정은 갈 길이 멀다. 큰 기업들을 묶어놓고 고용쇼크·분배쇼크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국가주의' 성향에 반대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시장자율보다 국가주의에 충실한 모습이다. 입법예고를 마치면 개정안은 11월 국회로 넘어온다. 여야가 기업 자유를 넓히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안을 다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