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르포] 군산 신영시장 "다를 것 없던 생선도 포장하고 상표등록했더니 시장명물"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6 16:48

수정 2018.08.26 21:08

점포마다 상인얼굴과 이름 '실명제 간판'으로 신뢰주고 '원산지 표시판'은 눈에 띄게
고객 응대법도 단체로 배워.. 원데이 클래스·토요장터 등 체험 프로그램으로 손님몰이
이한익 군산신영시장 사업단장(왼쪽)과 윤봉희 군산신영협동조합 이사장이 지역 특산물 '별미찬 간고등어'와 '별미찬 박대'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신영시장은 지역 특산물을 덕장에서 직접 자연건조 시켜 소포장해 판매한다.
이한익 군산신영시장 사업단장(왼쪽)과 윤봉희 군산신영협동조합 이사장이 지역 특산물 '별미찬 간고등어'와 '별미찬 박대'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신영시장은 지역 특산물을 덕장에서 직접 자연건조 시켜 소포장해 판매한다.

전통시장이 달라진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서며 어려움을 겪던 전국의 전통시장이 '스토리'와 '콘텐츠'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시장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산업위기에 빠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전북 군산의 신영시장, 경기도 오산의 오색시장, 강원도 정선의 아리랑시장 등 전국의 선도적인 시장을 찾아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보고자 한다.

【 군산(전북)=송주용 기자】 퇴락한 도심에도 사람이 살고 꿈이 움튼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댄 곳이 있다. 전북 군산 신영시장이다. 지난 2006년 정식 시장 등록 이후 전통시장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는 신영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군산 지역경제를 받치던 조선, 자동차산업 등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면서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장도 악재다. 그럼에도 신영시장은 신뢰에 제품 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 있으며 시장에 문화를 접목, 문화관광형시장이라는 타이틀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고객 신뢰도' 높이고 '제품 경쟁력' 키워

태풍 솔릭이 전라도를 관통한 지난 24일. 신영시장에 들어서자 짭짜름한 바다 냄새가 밀려왔다. 1463㎡ 규모로 생선 등 어패류와 채소 상품에 특화 된 시장다웠다. 신영시장은 바다와 인접한 만큼 당일 경매 시장에 올라온 신선한 생선을 판매한다. 채소는 생선요리와 빠질 수 없는 품목이다. 고무통속 조개들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신영시장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추가 대형마트 등장 등 잇따른 위기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면 신영시장 자체가 새로운 지역 명물이 되고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영시장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시장 경쟁력의 밑바탕인 '신뢰'와 '제품'이다.

처음 신영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점포마다 달려있는 '실명제 간판'이었다. 상인들의 얼굴과 점포 이름을 간판에 새겼다. 점포 이름의 대부분은 상인 본인의 이름이나 자녀 이름을 본따 만들었다. 점포에서 판매하는 어패류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원산지 표시판'도 독특했다. 신영시장 상인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실시한 '소상공인 대학' 프로그램을 단체로 이수하기도 했다. 교육을 통해 전통시장을 운영하며 느낀 어려움을 해소하고 고객 응대 방법을 배웠다.

성진상회를 운영하는 편옥식씨는 "성진은 우리 아들 이름이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이 성진네라고 불러서 책임감이 크다. 소상공인 대학에서 고객 응대법 배운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영시장은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신영시장만의 싸고 신선한 명물을 내놓고 있는 것. '별미찬 박대'와 '별미찬 고등어'가 대표적이다. 두 제품은 지역 특산물인 박대와 고등어를 신영시장 뒷편에 마련된 덕장에서 직접 말려 진공포장한 상품이다. 포구에서 막 올라온 신선한 생선을 상인들이 직접 자연건조시켜 판매해 신선도를 높였다.

윤봉희 군산신영협동조합 이사장은 "'별미찬 박대'와 '별미찬 간고등어' 등 특산물을 상표등록한 전통시장은 신영시장이 유일할 것"이라며 "인터넷과 전화 주문을 통해 전국 각지와 미국, 홍콩 등 해외에서도 택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인의 변화된 식습관에 맞춰 소포장제를 도입했다"면서 "박대와 고등어, 건어물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을 진공포장으로 판매해 상인 소득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와 시장을 접목한 '문화관광형시장'

신영시장의 또다른 강점은 '문화'를 접목한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점이다. 3년 전 소진공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올해 12월까지 사업이 진행된다. 약 15억원의 사업비로 비가림막과 현대식 화장실, 고객편의시설을 확보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생력 지원 사업도 계속되고 있다.

이곳에선 매달 2회씩 고객대상 원데이 클래스 문화 강좌가 진행된다. 또 아이들의 체험거리를 확대한 '토요장터'도 월 1회 열린다.

이한익 군산신영시장 사업단장은 "원데이 클래스에선 플라워박스 만들기, 도우아트, 케익 만들기 등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토요장터에는 놀이시설과 열쇠고리 걸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내에 인터넷 방송국을 설치해 제작한 시장 홍보 영상을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 홍보하고 있다. 고객 쉼터 카페도 운영하며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장소도 마련했다.

오는 9월 7일부터는 '제2회 별미찬 박대 페스티벌'도 열린다.
지난해 1회 페스티벌엔 약 3000명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페스티벌을 통해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에어바운스, 소원열쇠 달기 등 각종 이벤트를 준비해 신영시장을 알린다.


윤봉희 이사장은 "군산 신영시장은 제품 경쟁력과 문화 사업을 바탕으로 작지만 큰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시장의 경쟁력을 적극 알려 신영시장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지역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