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입국장 면세점 추진, 속도보다 안정감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7 16:54

수정 2018.08.27 16:54

[기자수첩] 입국장 면세점 추진, 속도보다 안정감


'공항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내국민의 불편 해소 및 해외소비의 국내 전환 등을 이유로 도입을 검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면세업계부터 의견이 제각각이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보다는 인도장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불편 해소가 1차적 이유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도장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꼭 도입한다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면세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국장 면세점 신설 시 운영권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중소·중견 업체들도 아직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사업기회 확대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높은 임대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유명 브랜드 유치 등을 감안할 때 기대만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다.

도입 취지와 달리 입국장 면세점이 자칫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는 이유다. 그런데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를 보고 있자면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면세업계를 요동치게 했던 일명 '홍종학법'이다.

홍종학법은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세법 개정안으로 지난 2013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현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이 주도해 통과됐다. 일부 대기업에 쏠려 있는 업계 지형을 바꿔야 한다는 미명 아래 추진됐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면세점 현실과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은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법 개정 후 불과 5년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면세업계의 허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18 세법개정안'에는 특허기간 5년을 유지하되 1회 갱신을 허용했다. 사실상 10년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입국장 면세점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는 어느 때보다 관련업계를 비롯,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당장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위한 필수조건인 관세법 개정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국회에는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서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찬성 입장을 밝히는 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책 수립은 속도만큼이나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입국장 면세점도 몇 년 뒤에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정책의 유통기한은 '5년'이 아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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