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꼬박 냈는데 체납통지서가…" 근로자 ‘속수무책’

회사가 체납, 피해는 근로자 "아무도 책임 안져" 울분
소송은 비용 더 들어 포기 신용 떨어져 대출도 힘들어
사업주, 버젓이 사업 재개 체납액보다 적은 벌금에 체납 전력 불이익 되지 않아
월급 명세서만 믿다가 낭패 직접 납부 내역 확인 등 주의



경영난 등으로 인해 직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업주가 늘면서 근로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체납 사업주는 이후 사업 재개에 큰 불이익을 받지 않지만 근로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근로자가 스스로 사업주의 보험료 납부 내역을 확인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한 사업장 수와 체납 액수는 지난 2014년 43만7000여개소(1조8836억원), 2015년 45만5000여개소(1조9469억원), 2016년 47만6000여개소(2조380억원), 2017년 50만4000여개소(2조1215억원)로, 지난 5년간 매년 증가해 왔다.

■체납 사업주 때문에 대출도 어려워

서울에서 거주하는 홍모씨(36.여)는 사업주의 연금 보험료 체납으로 이미 두 차례 악몽을 겪었다. 그 시작은 서울 한 관광지 중심에 위치한 S호텔. 홍씨는 호텔 측이 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회사와 공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상사의 말에 잠자코 기다리는 사이 체납 금액은 늘어만 갔다. 그러다 호텔이 문을 닫으면서 홍씨 손에는 연금 보험료 8개월분 체납 통지서만 남았다.

이후 옮긴 P회사에서도 또 다시 악몽이 재현됐다. P사가 연금 보험료 5개월분을 내지 않아 또 다시 체납됐던 것이다. 회사는 간판을 내렸다. 이렇게 홍씨가 손해 본 연금 보험료만 약 210만원. 그 어떤 사업주로부터도 금액을 배상받지 못했다.

홍씨는 "회사 사정이 안좋아지면 가장 떼먹기 쉬운 게 근로자의 국민연금이다. 형사고소까지 가 봤지만 남은 것은 비참함 뿐"이라며 "사업주가 내지 않은 보험료에 대해선 사업주도, 국가도 책임지지 못한다. 이를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업주의 연금 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근로자가 대출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제조업계 중소회사에서 근무하는 양모씨(32)는 최근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서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은행에 문의했다가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알아보니 사업주가 지난 3달간 그의 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은 것이 대출 거부 사유가 됐다. 양씨는 "신용도를 높이려고 각종 공과금도 꼬박꼬박 납부해왔는데 사장 때문에 한순간에 대출도 못 받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벌금형 이후 버젓이 사업 가능

공단은 사업자가 연금을 체납한 지 1개월째부터 납부 독촉 고지서를 발행하고, 3개월이 지나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체납처분 절차를 밟는다. 이 경우 공단은 사업주로부터 부동산 등을 압류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직접 소유한 자산이 없는 등의 이유로 강제 추징이 어려울 경우 공단 역시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후에는 근로자가 직접 사업주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뒤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배상받는 방법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변호사 선임에 드는 비용이 대개 체납 연금료 액수보다 커서다. 때문에 많은 근로자가 소송을 포기하고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다.

사업주는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체납 보험료보다 낮은 벌금형이 나오거나 기소·집행유예 선고가 나오면 금액 손실을 크게 입지 않는다. 또 연금 보험료를 체납한 전력이 있는 사업자라 할지라도 추후 사업을 재개하는 데에는 별 다른 불이익도 없다.


결국 연금 보험료 체납 피해를 방지하려면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주를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상혁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월급 명세서만 확인하다가 퇴사한 후에야 사업주의 체납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법 등에 대한 관심 부족이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근로자가 직접 온라인 등으로 사업주의 보험료 납부 내역 등을 확인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