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데드존에 빠진 BMW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운전자들에겐 상당히 익숙한 경고 문구다. 사이드미러 하단에 국문 또는 영문으로 같은 의미가 적혀 있다. 국가별로 차이는 다소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각지대(데드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각각 평면거울, 볼록거울(곡면경)이 적용됐다. 곡면경은 사물이 작게 보여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운전자의 거리감 상실은 사고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경고 문구가 들어가게 됐다. 그럼에도 운전자가 볼 수 없는 데드존은 엄연히 존재한다. 위험요인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데도 운전 실력을 과신하거나, 직접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주변을 확인하는 숄더체크를 무시하면 사고는 시간문제다. 비단 운전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자동차 브랜드들도 '자기 과신의 함정'에 쉽게 빠진다. BMW가 그렇다.

자동차 명가로서 디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BMW는 국내에서 연이은 차량 화재사고로 '운행정지명령' 1호의 낙인이 찍혔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BMW 차량은 2013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384대가 불에 탔다. 연간 70대꼴이다. 문제는 520d 등 특정 모델에 집중되고, 긴급안전진단을 받은 차량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명령이 떨어지기까지 BMW의 대응은 안일함을 넘어 무책임하다는 인상마저 줬다. 사고 초기에는 운전자의 불법장치 장착 등 관리 잘못으로 몰아갔고 그렇게 묻혔다.

올해도 사고가 끊이지 않자 그제서야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BMW 대변인 요헨 프레이는 한국인의 운전습관과 과도한 장거리 고속운행 등을 화재 원인으로 제기해 가뜩이나 팽배해진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그의 주장대라로라면 독일 아우토반 주행 차량들은 전소해도 모자라다. BMW코리아가 일부 오역이라고 해명했지만 본사 차원의 사과는 여전히 없다. 일련의 과정은 작금의 사태에 대한 BMW의 인식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사태가 진정되면 한국 소비자들이 다시 BMW를 찾을 것이란 자만도 엿보인다. 디젤게이트의 주역(?) 폭스바겐도 국내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으니 원인은 '호갱'을 자처하는 우리에게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는 사안이 다르다. 국내에선 이미 40만대에 육박하는 BMW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수입차 1위이다. 그만큼 책임의식도 무겁게 가져야 한다.
방기하면 BMW가 한국 진출 20여년간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BMW는 자만에 빠져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하랄트 크뤼거 BMW그룹 회장부터 차량 사이드미러 문구를 바꾸는 건 어떨까 싶다. '위기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