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예산안]

경상성장률 두 배 웃도는 '초슈퍼예산'…재정건전성 유지 가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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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4번째)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내년도 정부의 총지출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총수입 증가율 7.6%보다도 높다. 당초 계획된 총지출 증가율이 5.7%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증가한 규모다. 내년도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4%)도 두 배를 훌쩍 넘겼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소득·고용 지표를 정부 예산을 투입해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초슈퍼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데는 올해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월 누적 국세 수입은 1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조3000억원이나 더 들어왔다. 가장 크게 늘어난 세목은 법인세와 소득세다. 상반기 법인세는 1년 전보다 7조1000억원 증가한 40조6000억원, 소득세는 6조4000억원 늘어난 44조3000억원이 걷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5년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60조원 더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집권 기간 확장적 재정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실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영계획상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종전 5.8%에서 7.3%로 상향됐다.

다만, 세수 여건의 지속가능성이 문제다. 정부 역시 2020년 이후부터는 세수 확보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당장 법인세는 반도체 호황을 이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 대기업에 의존한 경향이 짙다. 실제 지난해 상위 10개 대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15조8115억원으로 전체 법인세(59조1766억원) 가운데 26.7%를 차지했다.

잠재성장률 하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장 올해(3.0%→2.9%)와 내년(2.9%→2.8%) 모두 당초 정부 전망보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명목성장률 1%포인트 하락 시 약 2조원의 세입이 감소한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주요 세목은 모두 경기에 민감한 성격을 띤다. 경기가 꺾일수록 세수는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세수 증가분을 재정지출 증가분이 웃돌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돼 국채 발행 등 나랏빚을 늘려 충당해야 한다. 올해 708조2000억원인 국가채무는 2022년 897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같은 기간 39.5%에서 41.6%까지 뛴다.

실제 정부의 2018~2022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이 기간 총수입 증가율 전망치(5.2%)를 상회한다. 즉,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내년 20.3%로, 사상 첫 20%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올해 28조5000억원에서 2022년 63조원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같은 기간 마이너스(-)1.6%에서 -2.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내년도 12조4000억원 규모의 양적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했다. 올해 10조4000억원보다 2조원 추가 절감하는 것이다.

다만,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명시돼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정경직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2018~2022년 연평균 의무지출 증가율 전망치는 7.8%다. 지난해 내놓은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됐다.
이는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 전망치 7.3%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의무지출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51.4%로 올라간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3%대 안팎에 그치는 가운데 정부가 세운 총지출 증가율을 감당할 만큼 세수가 걷히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 등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