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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靑 소득주도성장 손절매 못하는 까닭은...文대통령 "흔들림 없는 기조" 거듭 강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8 16:56

수정 2018.08.28 21:03


[이슈분석]靑 소득주도성장 손절매 못하는 까닭은...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흔들림없이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한 지 사흘만에 국면 돌파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다.

청와대도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김동연·장하성 두 인사의 갈등설 이후 지금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봉합의 상징으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은 29일 두번째 정례회동을 한다.
지난 7월 초 첫 회동 이후 54일 만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내심 다급한 분위기다. 민감한 시기에 통계청장 교체를 감행한 건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쫓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연말'이 고비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고용 지표 개선 시점을 '연말'이라고 못박음에 따라 사실상 소득주도성장론의 시한이 정해진 것이다. 날짜로는 125일이 남았다.

■靑 손절매 못하는 이유는
고용·소득분배 지표 악화에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기조 수정·폐기를 묻는 질문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전에 춘추관을 찾아"소득주도성장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오후에 다시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폐기·수정하는 것은 아니며, 정책대응을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경제정책 '기조'로서 소득주도성장이란 뼈대는 가져가되, 핵심 정책수단이자 각론인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은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은 정책 기조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과 가치가 스며들어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수정·폐기는 다시말해 양극화 해소·분배라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의 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 공정경제과 세 바퀴 성장론을 구성한다고 하나, 소득주도가 가장 큰 앞 바퀴라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시작은 이렇다. 2012년 대선 직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 문 대통령은 소위 경제교사로 불리는 학자들과 공부 모임을 하며 박정희 시대 발전국가 경제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 경제패러다임으로 분배에 초점을 둔 소득주도성장론을 모색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변양균 정책실장이 복지국가의 비전을 담아 만든 '비전2030'이 좌초하게 된데 무척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함께 한 학자들이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성경륭 현 경제인문사회이사회 이사장 조윤제 주미대사 등이다. 여권 한 인사는 "경제철학을 뒷받침할 학자들을 찾아봤지만 주류경제학계에선 없었고 그 과정에서 당시 부경대 교수였던 홍장표 수석을 영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꾸어보면, 홍장표 수석의 등장 이전, 후보시절 문 대통령과 소수의 핵심 경제교사들이 이미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얼개는 만들어놨다는 얘기다. 홍 전 수석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사람이었던 것.

125일간의 정책실험…당분간 제어할 방법 없어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는 있으나 사실 앞으로 125일간, 넓게보면 내년까지 현실적으로 소득주도성장에 브레이크를 걸 수단은 없다. 23조5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총 471조의 내년도 예산이 이미 편성돼 있으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도 이미 확정됐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소득주도성장의 각종 재정지원책도 마련돼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정책이 완전히 셋팅됐다. 청와대는 "흔들림없이 가겠다"고 하고 있으나 사실은 들여다보면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열차가 이미 출발선을 떠났기 때문이다. 논쟁 자체가 허공에 대고 손짓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강한 여당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호(號)가 소득주도성장이란 덫에 걸린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2018년 대선 당시 J노믹스 입안에 참여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최근 "속도가 너무 빨랐다.
업종별, 지역별 차별화 없이 획일화된 것도 잘못이었다"며 정책은 인프라와 속도에 따라서 보약도 독약도 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두 가지를 고민한 세련된 정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의도는 좋았으나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철학과 정책수단, 분배와 성장이 혼재된 소득주도성장론이 남은 125일간의 실험 끝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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