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맛있으면 다 용서되나요


초등학생이 돼 어느 정도 혼자 다닐 정도가 되자 어머니는 밖에서 파는 음식은 되도록이면 사 먹지 말라고 하셨다. 특히 제일 먹지 말아야 할 것으로 김밥을 얘기하셨는데 제대로 위생에 신경을 쓰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행주를 만지다가, 돈을 만지다가, 심지어 급하면 화장실을 갔다가도 손을 씻지 않고 그대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걱정이셨다. 지금처럼 비닐 위생장갑도 없던 30여년 전이고, 손으로 만드는 김밥이었기에 수긍이 가기도 했다. 그런저런 거 다 따지려면 집에서만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어렸을 때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족이 외식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

머리가 굵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부터는 밖에서 파는 음식에 점점 둔감해졌다. 집밥보다 자극적이고 다양했던 집 밖의 음식에 더 끌렸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점심은 일부러 밖에서 먹는 소소한 일탈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집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김밥은 되도록 먹지 않는 편이었다.

조금 특이한 개인적 사례였지만 요식업에서 위생 문제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신뢰의 출발점이다. "이 집은 맛이 있으니 나머지는 모두 용서가 돼"라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적어도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환경에서 음식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맛을 내는 것은 어렵고, 힘들고, 심지어 돈을 주고 배워야 하지만 위생 관리는 관심과 부지런함으로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수십년 된 맛집도, 대형 프랜차이즈도 이 같은 신뢰를 저버린 사례들이 잇따른다. 전국적 맛집이던 강원 속초의 닭강정집이 비위생적 관리로 적발됐고, 한 대형 해산물 뷔페는 초밥 위의 생선을 재활용하다 공분을 사기도 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역시 불결한 주방 관리로 적발되곤 한다. 대중음식점에 대한 위생점검이 미리 예고된 후 실시된다는 점에서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동료가 주문한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발칵 뒤집어진 일이 있다. 식당 종업원은 옆집에서 빌려온 공깃밥에서 나온 것 같다는 핑계를 댔다. 공깃밥에 바퀴벌레가 들어갈 정도인 주방이 어떤 상태일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 얘기는 듣는 이마다 경악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 식당에는 발길을 끊게 됐다. 중국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짜장면·짬뽕을 먹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사람은 햄버거·감자튀김을 먹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30년 전처럼 집에서만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걱정 없이 맛있게 먹고 싶은 것은 여전히 과도한 기대일까.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