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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일자리, 농업· 농촌에서 답을 찾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8 16:58

수정 2018.08.28 16:58

[여의나루] 일자리, 농업· 농촌에서 답을 찾자


얼마 전 TV에서 젊은 창업주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청춘창고'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지은 지 80여년이 지난 농협 양곡창고 내부를 9.9㎡(3평) 남짓 규모의 점포들로 개조해 40세 미만 청년들에게 창업장소로 제공하고 있었는데, 창업주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이 입소문을 타 전국적 관광명소로 조명받고 있다고 한다.

시청하는 내내 낯설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통해 꿈을 이뤄가는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든든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보다 기쁘고 행복한 상상이 있을까.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일자리 관련 지표를 보면 필자의 유쾌한 상상과 고용현실 간에 괴리가 크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15~29세)은 9.3%를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며,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201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투자를 생각하면 그 효과가 다소 더디게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필자도 2016년 3월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한 이후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평생을 이 나라 농촌에 살며 농업인과 함께한 필자가 보는 농업·농촌은 젊은이들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농업이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세계 농식품시장 규모는 약 6조달러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 그리고 IT 발달로 농업은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과 자본이 결합한 고소득·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조차 "부자가 되려면 농대로 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에 농협은 미래 농업·농촌을 이끌어 갈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귀농·창농인과 6차산업을 꿈꾸는 사람을 위해 미래농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영농기술 지원부터 디자인 개발, 자금 공급, 창업지원, 판로 확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농촌에 정주하길 희망하는 농고생과 농과계 대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또한 농업에 종사한 지 3년 이내인 초년 농부 30명을 선발, 일본과 네덜란드의 선진농가에 연수를 보내 영농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첨단농업을 이끌어 갈 젊고 유능한 농업인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청년농부 사관학교'를 만들어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는 30명 정도를 선발해 6개월간 영농이론과 현장실습, 선도농 현장학습 등 현대 농업에 필요한 핵심 이론과 실습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인원을 2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용교육관도 건립해서 교육과정을 내실화해 나갈 것이다.

좋은 일자리라고 하면 현재보다 미래 전망이 더 밝아야 하고, 많은 사람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인의 식탁과 건강을 책임지고, 유수의 IT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농업이야말로 진정한 블루오션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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