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70조 슈퍼예산안]

세수 늘었지만 의무지출 50% 넘어… 재정건전성 '경고등'

지령 5000호 이벤트

5년간 추가세수 60조 달해 총지출 증가 5.8%→7.3%..총수입 증가 5.2%보다 높아
내년 조세부담률 20% 돌파, 2022년 나라빚 900조 육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19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설명한 후,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과 함께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정부의 총지출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10.6%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당초 계획된 총지출 증가율 5.7%에서 파격적으로 확대했다. 총수입 증가율 7.6%보다 높다. 세수 예측의 근거가 되는 내년도 정부 경상성장률 전망치(4.4%)의 2배를 훌쩍 넘긴 것이다.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고용 지표를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해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세수확대로 '초슈퍼 예산' 뒷받침

정부가 이처럼 '초슈퍼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데는 올해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월 누적 국세수입은 1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조3000억원이나 더 들어왔다. 가장 크게 늘어난 세목은 법인세와 소득세다. 상반기 법인세는 1년 전보다 7조1000억원 증가한 40조6000억원, 소득세는 6조4000억원 늘어난 44조3000억원이 걷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5년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60조원 더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집권 기간 확장적 재정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실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영계획상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종전 5.8%에서 7.3%로 상향됐다. 다만 세수여건의 지속 가능성이 문제다. 정부 역시 2020년 이후부터는 세수 확보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당장 법인세는 반도체 호황을 이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 대기업에 의존한 경향이 짙다. 실제 지난해 상위 10개 대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15조8115억원으로 전체 법인세(59조1766억원) 가운데 26.7%를 차지했다.

잠재성장률 하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장 올해(3.0%→2.9%)와 내년(2.9%→2.8%) 모두 당초 정부 전망보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명목성장률 1%포인트 하락 시 약 2조원의 세입이 감소한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주요 세목은 모두 경기에 민감한 성격을 띤다. 경기가 꺾일수록 세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세수 증가분을 재정지출 증가분이 웃돌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돼 국채 발행 등 나랏빚을 늘려 충당해야 한다. 올해 708조2000억원인 국가채무는 2022년 897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같은 기간 39.5%에서 41.6%까지 뛴다.

■경기흐름 둔화, 재정건전성 경고등

실제 정부의 2018~2022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이 기간 총수입 증가율 전망치(5.2%)를 상회한다. 즉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내년 20.3%로, 사상 처음 20%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올해 28조5000억원에서 2022년 63조원까지 2배 이상 증가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같은 기간 -1.6%에서 -2.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을 방침이다. 이에 내년도 12조4000억원 규모의 양적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했다. 올해 10조4000억원보다 2조원 추가 절감하는 것이다.

다만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명시돼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증가하면서 재정 경직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2018~2022년 연평균 의무지출 증가율 전망치는 7.8%다. 지난해 내놓은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됐다. 이는 이 기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 전망치 7.3%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의무지출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51.4%로 올라간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3%대 안팎에 그치는 가운데 정부가 세운 총지출 증가율을 감당할 만큼 세수가 걷히고 있는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성장에 지속적으로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은 찬성하지만 재정을 어디에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존 소득주도성장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재정 확대뿐만 아니라 시장 구조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의 재정 확대는 사회복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는 어느 정도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 확대만으로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어 구조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시장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정 확대정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