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강원도 정선 '아리랑시장'.."산나물 파는 시장에 청년몰 열어… 관광 시장 특화할 것"

광산 문닫으면서 시장 위기맞자 열차여행과 연동한 관광상품 개발
젊은 관광객과 외국인 유입 위해 10월 20여개 점포의 청년몰 오픈

정선 아리랑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선 아리랑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장 안에 설치된 공연장에서 체험행사를 즐기고 있다.

【 정선(강원)=한영준 기자】 "서언아, 송이 먹어봐. 맛있어?" 지난 27일 찾은 강원도 정선군 아리랑시장에선 방송인 이휘재씨 가족을 볼 수 있었다. 편한 복장으로 시장을 찾은 이들은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나들이를 즐겼다.

정선 가리왕산에서 재배한 이슬송이를 판매하는 상인에게 "오늘 비도 왔는데 장사 잘 되시냐"고 묻자 "팔 만큼은 다 판다"며 싱긋 웃었다. 기자가 이슬송이 1만원 어치를 사며 "서울에서 왔다"고 말하자 그 상인은 "먼 데서 오느라 고생했다"며 송이 한 바구니를 덤으로 얹어줬다.

■산나물·약초 특화·정선아리랑 공연도

아리랑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으로 보였다. 가족 또는 연인들의 손을 잡고 산나물과 약초, 한과 등 지역 특산물을 구경했고 신기한 듯 카메라를 찍기 바빴다.

"다른 시장 보다 외지인들 비중이 높은 것 같다"고 말하자 이윤광 아리랑시장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을 찾는 이들의 95%는 방문객이라고 보면 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아리랑시장도 원래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지역경제를 받쳐주던 광산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19만명이던 정선군 인구는 4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시장을 찾는 인원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이다.

아리랑시장에서 18년 동안 장사를 한 이 회장은 "시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상인들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댔다"면서 "고민하다 열차여행과 연동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산나물과 약초 등 지역 특산물로 시장을 특화했다. 공산품을 거의 팔지 않고 지역 농수산물만 판다"면서 "시장 안에 있는 식당 70여곳도 설렁탕이나 국밥 같은 일반적인 음식은 팔지 않고 곤드레밥, 메밀국수, 더덕구이 등 지역 특산물로 만든 향토음식만 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선 아리랑을 시장 공연장에서 주기적으로 공연한다"면서 "아리랑시장에 와야 살 수 있고 먹을거리가 많다는 것이 우리 시장의 매력"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아리랑시장은 연간 7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러면서 아리랑시장은 정선 지역경제의 활력소가 됐다.

시장 한 상인은 "지역 농민들은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잘 팔려서 좋고 시장 종사자들이 늘면서 지역 고용이 늘고 시장과 연계된 관광지에도 수입이 늘어나서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된 것"이라며 "듣기론 군청에서도 '(아리랑)시장이 망가지면 지역이 망가진다'는 생각을 하고 예산지원도 많이 해준다"고 전했다.

생필품을 팔지 않으면서 대형마트들과는 자연스럽게 공존이 가능하게 됐다. 또 다른 상인은 "우리 읍내에도 대형마트가 주변에 많다"며 "마트에서 살 수 없는 것들만 시장에서 팔다보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웃으며 답했다.

■"젊은시장·글로벌시장으로 도약 중"

아리랑시장은 최근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정말 잘 됐지만 이후 방문객과 매출이 줄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장년층에 국한된 전통시장이 가진 한계에 부딪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이건 젊은 관광객이건 산나물이나 약초를 사거나 하진 않는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 되는데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전통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리랑시장이 선택한 전략은 '젊은 시장, 글로벌 시장'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리랑시장의 변신은 정선아리랑시장 지역선도시장육성사업단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김태균 정선아리랑시장 지역선도시장육성사업단 단장은 "2년여 동안 젊은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 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황금마차'다. 스테이크, 철판 아이스크림 등 청년층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팔기 시작했고 어떤 나물도 간편하게 볶아먹을 수 있는 만능소스도 개발해 팔고 있다.

국내 전통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스포츠마케팅도 실시했다. 지난 2016년에는 MTB자전거 대회를 아리랑시장이 개최했고, 지난해에는 올림픽 기간에 앞서 아리바우길 걷기대회도 진행했다.

사업단이 마지막으로 준비하고 있는 히든카드는 '청년몰'이다. 오는 10월19일 20개 점포가 열리는 청년몰은 시장 배후지역에 3층 규모로 지어진다.

김 단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아리랑시장은 빈 점포가 없어서 새로 건물을 짓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이번달 가오픈도 고려했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자는 청년상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아리랑시장을 ��게 바꾼 사업단은 오는 11월 철수할 예정이다.

'사업단이 철수하고 흔들리는 시장이 많다. 아직 성공적으로 안착한 청년몰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김 사업단장은 "내년 1월에 시장활성화재단이 설립되고 관련 업무가 이관된다"며 "시장 자체에 경쟁력이 있고 지역 자체가 관심을 갖는 시장이라 이후에도 잘 관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