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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꿈의 계단 만들어야 청년이 뛴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9 17:13

수정 2018.08.29 17:32

[fn논단] 꿈의 계단 만들어야 청년이 뛴다

청년고용 문제가 정치적 핵심 쟁점이 되어 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월급을 더 주기도 하고,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기도 하고, 2년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니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라고도 해본다. 유보금을 잔뜩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일자리를 만들라고 부탁(?)도 한다. 그런데 백약이 무효해 보인다. 과연 일자리 수의 문제일까. 4대 보험에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일자리 100만개 이상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끊임없이 일할 사람을 찾으나 찾을 길이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왜 그럴까. 청년들에게 물어본다. 성공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서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왜 성공하라 하느냐, 그것만이 행복은 아니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다시 물어본다. 청춘 남녀가 마음만 맞으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어디서든 살림부터 차리고, 저축하여 집도 넓혀가며 자녀들 교육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살이 아닐까? 돌아오는 답은 차갑다. 청춘이 힘든데 힘든 청춘끼리 합쳐서 나아질 것이 있겠느냐고. 당신들이라도 퇴근시간도 없고,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중소기업에 취업해 집을 사고, 자식을 낳아 교육비와 양육비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그럼 청년들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지 또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더더욱 차갑다. 연줄이나 태어날 때부터 물고 나온 금수저 없이는 능력만으로는 절대 설 수 없게 만들어놓은 '헬조선' 사회구조를 깨뜨리지 못할 바엔 매달 월급만 나온다면 굳이 꿈을 꾸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 나라의 청년들이 현실의 벽에 갇혀 있다. 최저임금 겨우 넘게 받는 직장이 출발점이라면 절대로 집을 장만하는 것도, 결혼도 육아도 해낼 수 없다는 벽에 막혔다. 동네에서 구멍가게라도 성실하게 운영하면 더 큰 슈퍼마켓이라도 가져볼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벽에 막혔다. 직장에 취업해서 청춘을 바쳐 일한다 해도 정년까지 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벽에 막혔다. 학력이 없어도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계단이 무너졌다. 밤을 새워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시장의 관심을 끌라 하면 더 큰 기업이 채가 버리는 벽에 막혔다. 그래서 안정만 추구한다.

우리 청년들에게 꿈의 계단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미 한다고 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안된다. 청년들에게는 저임금 계층에서 일해도 집을 가질 수 있고, 자녀들을 교육할 수 있게 보장해주자. 창업이든 연구개발이든 뭔가 하려는 청년들은 가게도 얻어주고 연구실도 꾸며주고, 성과를 내면 남이 뺏어가지 못하도록 지켜주자. 새롭게 시도하는 도중에 잘못되면 실패가 아닌, 과정으로 인정하고 다시 해보게 도와주자. 청년 때에 결혼하면 장려금도 주고, 두 자녀를 출산하면 공기업에 취업도 시켜주자. 꿈의 계단의 중간이 끊어지지 않도록 소자본가의 사업영역을 보호해주어서 미꾸라지가 용이 되는 사례가 넘치게 해주자. 우리가 지금 투자해야 할 곳은 청년이다.
그래야 청년이 뛴다.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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