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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일 만에 만난 김동연-장하성 갈등 봉합에도…불씨는 여전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30 09:02

수정 2018.08.30 09:02

54일 만에 만난 김&장
고용위기 지역 대책 마련
주택시장 안정조치 등 논의
경제 '원팀' 활동 신호 보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두 번째 정례회동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두 번째 정례회동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정례회동을 한 건 지난 7월 6일 비공개 회동 이후 54일 만이다. 당시만 해도 격주로 만나기로 했던 두 사람이 두 달여 가까이 만나지 않았던 건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방향을 두고 의견 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정책 주도권을 두고 불거진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가 역점을 둔 고용 및 소득분배 지표가 '쇼크'라 불릴 만큼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 내 위기감이 높아졌다.
'경제 투톱'인 두 사람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불협화음'으로 정책 추진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완벽한 팀워크"를 주문하며 사실상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두 사람이 만날 수 밖에 없는 '판'이 깔린 셈이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으로서도 국정운영의 부담이 되고 있는 불화설을 진화하고, 경제팀이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었다. 다만, 근본적인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만큼 향후 갈등의 '불씨'가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이날 서울 효자로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회동에서 고용부진 및 분배악화에 대해 연령·업종·종사상 지위별 대책 마련 등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조해 지역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고용 및 산업위기 지역에 대해서는 목적예비비 등을 활용해 조기에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와함께 최근의 폭염·폭우로 인한 피해 대책과 주택시장 동향 및 시장안정 조치 등에서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정례회동을 통해 현안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일단 이번 만남으로 겉으로 드러난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하다. 최근까지도 두 사람의 발언을 들어보면 경제 상황에 대한 원인 진단, 정책 효과 등에 대한 시각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용 전망이다.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친 이후 김 부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조적·경기적 측면을 감안할 때 일자리 상황이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연말 들어 일자리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장 실장의 전망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정책 대응에 대한 이견도 크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고용 악화로 긴급 개최된 당·정·청 회의에서 "그간 추진했던 경제정책에 대해 효과를 되짚고 필요한 경우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수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다. 고용 여건에 미치는 부작용이 큰 만큼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달리 장 실장은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띠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며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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