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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되지 말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2 16:42

수정 2018.09.02 16:42

김광두 고언 새겨 들어야 경기침체에도 대비하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8월 30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만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자문을 들었다. 김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소득주도 성장 논쟁에 매몰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전면적 수정을 건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재고와 속도조절을 요구한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사람중심 경제'와 '기본'의 두 가지를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사람중심 경제'의 한 부분인데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고 말했다.
최저임금 등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쟁을 접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부의장은 올 들어 경제 관련지표들이 나빠지자 문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경제분야에 관한 한 여권 내에서 그가 갖는 비중은 가볍지 않다. 원로 경제학자로 지난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캠프에 참여해 경제분야 공약 및 정책 수립에 자문역을 맡았다. 집권 후에는 헌법기관으로 정부 정책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이 기구의 의장은 문 대통령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그를 만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고용·분배 지표가 급락하면서 여론에서 소득주도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여권의 움직임은 걱정스럽다. 합리적인 비판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외골수로 강경한 대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일 열린 당정청 회의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속도를 더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의 후에는 이런 내용을 합의사항으로 발표하기까지 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이 여론의 기대와는 정반대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고 발목을 붙들어 매느라 여념이 없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5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다.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동반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할 근거"라고 했다. 공식 판단은 유보했지만 침체라는 심증을 굳혀가는 중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돼 현실에 대한 상황판단과 적기 대응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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