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 안전 최우선이라더니.. 실종 대비 사전등록 예산 삭감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3 13:00

수정 2018.09.03 13:00

[경찰IN]
광주 서부경찰서 경찰관이 지난 4월 14일 지역 어린이집을 찾아 아동실종 예방을 위한 지문등록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외주업체에 위탁해 현장방문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내년도 예산이 삭감돼 사업이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서부경찰서 경찰관이 지난 4월 14일 지역 어린이집을 찾아 아동실종 예방을 위한 지문등록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외주업체에 위탁해 현장방문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내년도 예산이 삭감돼 사업이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지문 등 사전등록제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의 지문 등을 사전등록하는 이 제도가 실종예방에 효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나는 행보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전등록 절반도 안 했는데 예산 삭감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도입한 지문 등 사전등록제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 36건에 불과했던 실종자 발견사례는 2017년 159건에 이르며 4배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사전에 지문 등을 등록한 실종자가 보호자에게 인계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걸리지 않는 반면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내년 지문 등 사전등록제 관련 예산을 대폭 깎기로 했다. 올해 예산은 17억8000만원이었으나 내년 예산은 12억1000만원으로 책정해 30% 이상 삭감된다는 것이다. 현장방문사업 예산은 올해 12억8000만원에서 내년 10억1000만원, 사전등록 홍보예산은 올해 5억원에서 내년 2억원으로 줄어든다.

현장방문사업은 경찰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외주업체에 위탁해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등을 찾아 현장에서 지문 등을 사전등록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지문 등을 등록한 사람만 397만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보호자가 직접 등록하거나 경찰서를 찾아 방문한 사람 수는 124만명이다. 경찰의 홍보에도 여전히 지문 등 사전등록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현장방문사업을 통해 등록하는 비율이 70% 가량인 것이다.

게다가 사전등록제 대상 가운데 지문 등을 등록한 사람은 아직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14년 24.3%에 불과했던 사전등록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현재 42.5%에 그친다.

■ “실적 위주 우려" vs "실종 아픔 모르는 탁상행정"
경찰은 당장 예산 감액으로 인해 내년 지문등록 관련 사업이 축소될 수 밖에 없어 실종예방정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예산이 이대로 감축되면 관련 사업이 올해보다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지적장애인·치매환자 인구수는 계속 증가 추세로 지속적인 정책홍보가 필요하고, 조손·조모 가정 등 외출이 곤란한 가정이나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가정은 현장방문 등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는 과거보다 사전등록률이 높아진 데다 현장방문사업은 경찰이 아닌 외주업체가 주도하다 보니 실적 위주로 왜곡될 우려가 있어 예산을 줄이려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제 지문을 어느 정도 등록하기도 했고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의 지문을 등록하는 것이 사전등록제 취지와 맞다고 판단해 감액한 것”이라며 “경찰이 아닌 민간업체가 유치원을 찾아다니면서 등록하다 보니 업체가 돈을 받은 만큼 실적을 내려 할 수 있어 그에 따른 역효과와 아이들의 지문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실종 관련 단체에서는 이 같은 기재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종에 대비해 아동의 지문을 반드시 등록토록 하는 실종아동법 개정안을 발의한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문등록률이 낮고 사전등록제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의 예산을 깎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실종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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