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재벌의 투명 경영, 아직은 흐릿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3 16:40

수정 2018.09.03 16:40

[기자수첩] 재벌의 투명 경영, 아직은 흐릿


최근 해외 증시에서 철수를 결정한 회사가 밝힌 이유를 듣고 다시 생각해보게 된 점이 있다. 이 회사가 해외 증시에서 물러나는 이유로 든 것은 상장사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효과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업기밀에 준하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주주도 만만찮은 부담이 된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에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해외보단 민감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등의 국가에 상장된 기업들은 벌거벗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투명한 경영을 요구받지만 국내 기업들은 적어도 몇 겹의 옷은 입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부 재벌 대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해 외부에선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대기업이 몇 해 전 실적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결정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야말로 '뜨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투자의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에서 나섰다. 대기업에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부 기업은 눈치를 보다가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며 당국의 규제 전에 개선방안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재계는 지배구조 변화로 인해 해외 투기자본에 경영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엘리엇과 소버린 사태를 꼽는다.

그런데 소버린 사태로 경영권을 위협받았던 기업이 위기를 반복해서 겪지 않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게 투명경영 강화다. 이사회 중심, 주주친화 경영을 지금도 강조하고 있다.

그 뒤로 경영 투명성은 더 나아졌을까.국내 재벌 대기업들의 대표적 계열사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눈높이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투명경영은 이제 필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의 재벌그룹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스스로 몸값을 깎고 있는 중이다.
투명경영을 강화했다는 재벌 대기업들의 발표에 아직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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