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여의나루] 돌아온 올드보이 '골드보이' 되려면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4 16:32

수정 2018.09.04 16:32

[여의나루] 돌아온 올드보이 '골드보이' 되려면

'토론'이란 이름의 웹사이트(www.debate.org)가 있다. 각종 이슈에 대한 토론을 벌이도록 만들어진 글로벌 온라인 매체이다. 낙태, 총기규제 등을 둘러싼 토론은 익숙하다. 교사의 무장 허용 여부는 총기사건이 벌어지면 뜨거워지는 쟁점이다. (인생의) 목표 설정이 필요한지, 인종주의는 정신질환인지, 남성의 특권은 존재하는지 등의 토론도 재미있다. 최근 눈길을 끈 주제는 '의회에서 젊은 정치인이 필요한가'라는 것이었다.
참여자들은 '그렇다' 67%, '아니다' 33%의 비율로 나뉜다. 관심의 대상은 토론의 내용이다.

더 많은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은 미래, 변화, 열정, 역동성, 적응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젊은 정치인들은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그들은 미래 세대들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다." "그들은 나이 많은 정치인들이 어려워하는 새로운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나이든 정치인들은 젊은 세대의 행복에 큰 관심이 없다." "과거의 꿈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인이 아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이 많은 정치인을 선호하는 의견은 경험, 원숙, 지혜, 이해심, 인내심 등의 단어를 쓰고 있다. "나이든 정치인들은 많은 문제들을 접해본 세대로서 해결책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 "그들은 원숙하고 사람들의 불평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인내심이 젊은이보다 강하다." "나이든 이들은 느리지만 인내와 지혜로써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 '올드는 골드(Old is gold)'라는 말도 볼 수 있다.

올드 보이들의 귀환, 올드 보이 전성시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진용이 완성되면서 나오는 말이다. 한국 정치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대 교체가 어려운 우리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사자들은 물론 반발한다. 이해찬 대표는 "나이로 판단하지 말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세대교체"라고 했다. 손학규 대표는 "개혁의지를 실천해 올드 보이가 아닌 골드 보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를 놓고 다투던 사이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노무현정부의 정책실장을 지냈다. 필름이 거꾸로 돈다는 평가나 걱정스러운 말들이 나올 만하다. 역동적인 40대 세계 지도자가 즐비한 현실과 대비된다. 물론 당사자들의 항변이 아니라도 젊음을 나이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는 사무엘 울만의 시도 있지 않은가. 기왕 전면에 나선 이상 올드가 골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답은 위에서 인용한 사람들의 의견에서 찾을 수 있다. 경험, 원숙, 지혜, 이해심, 인내심. 올드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덕목들이다. 많은 경험은 자칫 고집과 독선으로 발전하기 쉽다. 정치인뿐 아니라 누구나 나이 들면 쉽게 보이는 증상이다. 네 명 모두 과거의 앙금이 남아 있는 사이다. 원숙함과 지혜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포용하는 이해심과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정치 주역으로 키우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의 꿈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젊은 세대들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드 보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다.
자신이 무엇이 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후세대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자는 합의라도 하면 좋을 것이다. '올드는 골드'라는 말은 영어나 우리말이나 음운이 들어맞는다.
올드와 골드는 한끗 차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싶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