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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기업 지방이전, 옥석부터 가려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5 17:09

수정 2018.09.06 14:05

국민연금공단이 반면교사.. 산은·수은·KIC 신중해야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위해 당정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의 지방이양도 언급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6대 4까지 나아가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내보였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있을 때 행정수도 이전 등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당시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책 추진과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대학 등에 재정·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공기업들이 대거 지방으로 옮겨 갔다. 그 결과 공공기관의 수도권 집중률이 85%에서 35%로 낮아졌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과밀 억제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 지역 균형발전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공기업들은 지자체·지방대와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인재 발굴과 육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한 것은 선심정치가 빚은 패착이었다.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수도나 금융허브가 아닌 곳에 운용본부를 둔 곳은 거의 없다. 자금운용 업무는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단절되면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 매년 4~7% 선을 유지하던 기금운용 수익률이 올해는 0.49%(5월 말 기준)까지 떨어졌다. 수익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기금이 고갈되는 시기가 5년가량 앞당겨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635조원의 국민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진 기금운용본부장은 13개월째 공석이다. 2년 사이 70명에 가까운 고급 인재들이 이탈했다. 금융 중심지로부터 멀어진 데서 온 손실이다.

우리는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처럼 지역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리거나 일률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KIC) 등 금융공기업의 지방이전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대표가 이전 대상으로 언급한 122개 공공기관에 이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것이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이전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은 금융 중심지에 있어야 한다.
금융 외에도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할 기관들이 있을 수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경제논리를 지켜야 한다.
각 기관의 특성과 업무효율을 기준으로 대상을 엄정하게 선별해주기 바란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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