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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성태 대표, 말은 옳지만 말투는 틀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5 17:10

수정 2018.09.05 17:10

"소득주도성장 굿판 멈추라"
자극적 언사로 내용이 묻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냈다. 올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다. 정부·여당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도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끝장토론하자, 최저임금 결정을 노사 자율에 맡기자, 파격적 저출산정책을 펴자는 제안 등이 그렇다. 하지만 표현이 거칠었다. 그 탓에 내용까지 묻혔다.
아쉽다.

김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집중 공격했다.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 "사람잡는 경제" "경제실험 불장난" "불의 고리"라고 했다. "굿판을 당장 멈추라"고도 했다. 우리는 본 난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속도조절해야 한다고 누누이 주장했다. 그 점에서 우리는 김 대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불의 고리, 굿판에 비유한 것은 지나치다. 험한 단어를 골라 쓴다고 야당성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저급한 말잔치에 머문…블랙코미디 대본"이라고 혹평했다.

김 대표가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 것도 눈길을 끈다. 출산장려금으로 2000만원, 어른이 될 때까지 지원금 1억원을 주자고 했다. 합계출산율 1명을 밑도는 심각한 저출산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제안대로 하면 20년 뒤엔 출산금·지원금에 들어가는 예산이 한 해 32조원에 달한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보수 정당이 내놓을 제안은 아니다. 그래놓고 어떻게 문재인정부의 '세금 퍼주기'를 비판할 텐가.

자극적인 말은 공연히 상대방을 자극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투라는 지적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거친 입도 석달 전 6·13 지방선거에서 득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이다. 그에 걸맞은 품위가 따라야 한다. 3년 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 연설은 보수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유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단기부양책에 반대하고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그때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연설은 밋밋했고, 하루 뒤 김성태 원내대표의 연설은 너무 나갔다.
둘 다 감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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