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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분배정의와 소득재분배 평가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6 16:43

수정 2018.09.06 16:52

[여의나루] 분배정의와 소득재분배 평가

분배정의와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출범한 문재인정부 1년차 경제정책 성적표가 발표됐다. 첫 번째 성적표는 일자리 창출 악화다. 올 7월 새 일자리 수가 지난해 7월에 비해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년 사회로 진출하는 수십만명의 대학 졸업자 수와 비교해 보면 가히 '일자리 재난' 수준이다.

두 번째 성적표는 저소득가구의 소득증가 악화다. 올 2·4분기 전체 가구 중 하위소득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전년 동기에 비해 7.6% 줄었다.
가구별 소득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 하락 수준으로 빈부격차가 대폭 확대됐다. 하위소득 20% 가구 중에서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대비 15.9% 줄었고, 자영업자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21% 줄었다. 자영업가구에 음식점, 농어가 등은 제외돼 있다. 만일 음식점, 농어가 소득을 포함한다면 자영업가구 통계가 더 나쁘게 나왔을 것이다.(음식점 등은 통계 모집단에서 제외)

소득통계 발표 이후 통계청장이 갑자기 교체된 것도 전례가 없다.

지난 1년간 54조원의 국민세금이 일자리 창출에 사용됐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 특히 최저임금제도의 성과와 실패 여부에 대해 찬성과 반대 토론이 치열하다. 교통비, 채소 값, 생선 값 등 적은 금액은 예민하게 느끼지만 수천억원, 수십조원의 정부예산이 적정한지 따지는 데는 둔감한 게 일반 국민의 정서다.

실무 공무원들은 단돈 몇 십만원, 몇 백만원만 허투루 사용해도 감사원의 지적을 받거나 책임추궁을 당한다. 지난 1년간 사용된 국민혈세 54조원과 내년 약 24조원의 일자리예산의 성과와 효율성, 향후 천문학적 세금지출관련 미래의 재정문제에 대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연구기관, 일반 시민 등 많은 국민의 심각한 토론과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정의론 강의로 유명한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의 개념'에 입각, 1년간 경제실적을 기초로 분배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받을지 상상해 보자.

서구 사회에서 18세기 산업혁명, 기본권 확대, 자본주의 성숙 과정에서 정의의 개념, 국가정책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사회 초기 정의라 함은 국민의 자유권 보장이다. 정부는 국방, 경찰 등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고 일반 국민의 경제활동에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의의 철학이다. 자유방임주의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빈부격차 확대 등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정의 개념이 평등권 보장으로 변화했다. 법 앞의 평등, 기회의 평등, 소득분배 강화 등이다. 평등의 철학 논리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공리주의가 부각됐다. 공리주의의 약점은 국민 전체의 수평적 복지 수준이 향상되더라도 최하위 영세서민의 소득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후 분배정의의 개념은 보편적 평등이 아니라 영세서민,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 선별지원으로 발전했다. 문재인정부의 정의 개념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보편적 복지는 서구 사회에서 세금 증가 등 재정문제 때문에 흘러간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역설적으로 최하위 저소득층·중산층의 소득 감소와 일자리 감소로 나타났다.


정부는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는데 만일 잘못된 정책이라면 누가 책임질 수 있나. 당나라 태종 이세민이 고구려 원정 실패 후 위징이라는 신하가 없는 것을 한탄하며, 만일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잘못된 전쟁을 목숨 걸고 만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나라 위징이나 조선시대 사간원 관리처럼 직책을 걸고 대통령에게 간언하는 선비는 없는가.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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