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쇠고기 새 등급 기준, 한우 산업 변곡점 될까

2013년 한 지방 방송국에서 방영된 '육식의 반란'은 눈이 번뜩 떠질 만한 주장을 담았다. 등급이 높은 쇠고기의 마블링은 인체 건강에 해롭고, 소들은 마블링을 위해 옥수수와 같은 곡물 사료를 먹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영 부담만 높아져 쇠고기의 가격 상승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블링 논란의 효시가 됐다.

간두지세(竿頭之勢)였다.

축산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한우의 마블링은 지방이므로 건강에 안 좋다고 설파되니 그야말로 어려운 가운데서 꼼짝 못하게 됐을 때의 형국 그대로다. 방송 이후 사람들은 한우의 '과도한 지방'을 문제 삼으며 논란이 커지고, 소비자들은 지방을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업계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나섰다. 등급기준은 국가별로 자국 소비자의 식습관, 산업 현황 등 상황에 맞게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구이 문화에 익숙한 쇠고기 소비성향을 반영했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쇠고기 지방 평균 섭취량은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기존에도 등급 기준의 2차에 걸친 부분개정을 통해 못 먹는 지방량을 줄이고 쇠고기 생산성을 높이도록 유도해 왔다고 밝혔다.

물론 이미 마음이 돌아선 국민의 귀에는 와닿지 않았다. 심지어 이후 채식주의자들의 논리와 만나 "육식은 몸에 나쁘다"며 '안티축산'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관계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기준 보완안 준비에 속도를 높였다. 내부적 논의들은 더욱 심화했고,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의견 수용을 통해 논의의 방향을 잡았다.

쇠고기 등급기준에는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 농·축협, 유통업계와 판매업체, 소비자 등의 이해가 상충한다. 개정되는 기준 하나로 여러 이해 관계자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등급기준은 산업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담당 부처와 기관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기준 보완안을 검토했다. 보완안은 근내지방도(마블링) 기준을 완화하고, 기존에 하나였던 육량 예측 산식을 품종별·성별로 달리 마련해 육량등급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농가와 소비자는 등급기준 변화가 가지고 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급격한 변화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등급기준 변화로 소비자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통업계는 소도체별 적정 구매가격은 물론 떡지방이나 과지방에 의한 손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가격은 농가 소득에서 나아가 소비자 선택으로 연결돼 국내 한우시장 전체에 변화를 몰고 올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중론을 찾고 합의점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블링이나 육류 섭취 등을 두고 좋다, 나쁘다 소모적이기까지 한 논란을 이어올 동안 외국산 쇠고기가 이미 우리 식탁의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이제는 생산자와 유통업자, 판매자, 소비자 등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합일점을 찾고 모두를 위한 발전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등급기준 보완안과 더불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산업 진흥과 안심 소비를 이뤄낼 때 우리 축산업은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제 건국대 축산식품생명공학과 명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