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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민연금 CIO ‘정치’ 빼고 뽑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6 16:44

수정 2018.09.06 21:05

상반기 수익률 0.9% 그쳐 돈 잘 굴릴 전문가가 제격
이르면 다음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선정된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최종후보에 오른 5명의 심층면접을 끝내고 국민연금 이사장이 CIO 후보를 추천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종 결정만 남겨 놓았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인선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1년 넘게 이어져온 장기공백 사태다.

공백이 길어진 만큼 제대로 된 CIO를 뽑아야 한다. 이번 CIO 선임은 때마침 국민연금 개편안이 논의 중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도 크고 의미도 남다르다. 새 CIO는 무엇보다 기금운용을 잘해 수익률을 회복시킬 전문가여야 한다.


올 상반기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0.9%에 그쳤다. 특히 국내 주식은 -5.3%다. 6% 넘는 수익률을 올린 캐나다 공적연기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보다도 저조한 운용실적을 올렸다. 이는 CIO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들 연기금은 CIO가 시황분석을 통해 주식비중을 조절하거나 대체투자를 늘리는 등 적절한 자산배분으로 대응, 안정적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국민연금은 CIO의 장기공백과 운용인력들의 잇단 이탈 등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치 못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운용능력과 함께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특검 수사와 본사의 전주 이전이 겹치며 운용인력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이탈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운용인력들과의 소통을 통해 적절한 자산배분으로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 소통의 미덕이 있어야 한다. 독불장군식 운영으로는 기울어진 기금운용본부를 다시 세우기 어렵다.

지난 상반기 한차례 있었던 공모 과정에서 유력한 내정자가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개입 논란이 빚어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새 CIO 선임에 정치가 개입하면 안되고, 선임된 이후에도 정치적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가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더욱 그렇다.

재정추계에 따르면 기금 고갈은 당초보다 3년 앞당겨진다고 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연금재정고갈 시기를 5년 늦춘다. 새 CIO는 풀어나갈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제대로 일할 CIO를 뽑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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