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실효성 '논란'...7000만원 기준 수정 가능성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이 일부 투기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점 때문에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다 '홍역'을 치르면서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 제한 기준인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투기금액 포착 어려워 재검토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이 주택 구입 등으로 유용된다는 지적과 관련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중이다.

고액소득자,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전세대출을 제한해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을 낮추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에 정확한 투기성 금액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의 경우 부동산 투기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관련 전세대출 정책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투기 금액이 포착되기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방향에서 모든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고액소득자 범위를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설정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대도시의 일반적인 맞벌이 가정의 연소득보다도 낮을 수 있는 금액이 소득제한 기준으로 제시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를 제외하고 소득기준은 1주택자를 대상으로만 적용하되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선 다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과도한 규제 부작용 우려도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투기 가능성이 높은 전세대출 금액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52조원, 이 중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58조원이다. 7월말 가계대출 548조원에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56조원이었다.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증가 속도가 높아 가계대출의 10%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최대 5억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에 악용된다고 해도 일부분이고 어느 정도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특히 전세대출 제한 규제는 전세대출 보증기관 3곳 중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세대출보증기관은 현재 3곳으로 주금공은 2억원대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4억원, SGI서울보증은 5억원까지만 각각 대출받을수 있다.

투기 수요를 감안하면 대출금액이 높을 수록 투기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지만 정작 전세대출 최대액인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기관에 대해선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집값 상승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주택마련을 위해 전세대출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당초 서민들의 자금 마련을 위해 조성된 전세대출의 취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 세력을 억제하기 위한 전세대출 대책이 과도할 경우 자칫 단편적인 효과에 그칠 뿐 주택시장 자체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이 전망되는 시점에서 대출 규제가 과도할 경우 전체 금융시장의 균형이 와해될 수 있어 집값 안정에만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전체 시장을 고려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