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집단 체조 '빛나는 조국'…10가지 관전 포인트

북한이 체제 선전과 관광 상품화 목적으로 진행하는 집단 체조가 올해 정권 수립 기념일(9.9절)을 계기로 재개된다. 사진은 과거 '아리랑 축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집단 체조 공연 모습.(Brent Dee Bunker 페이스북) 2018.09.08. © News1

북한이 체제 선전과 관광 상품화 목적으로 진행하는 집단 체조가 올해 정권 수립 기념일(9.9절)을 계기로 재개된다. 사진은 과거 '아리랑 축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집단 체조 공연 모습.(Brent Dee Bunker 페이스북) © News1

소식통 "대미 대결, 미사일, 핵 빠졌다"…프로그램 개편
'아리랑 축전'서 이름 바꿔 9.9절 계기 5년 만에 재개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5년 만에 재개하는 대집단 체조 '빛나는 조국'은 9일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0주년을 계기로 공개된다.

북한은 2002년 김일성 주석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아리랑 축전'이라는 이름의 집단 체조를 선보였다. 이후 아리랑 축전은 주요 기념일의 단골 기념행사였다.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메스게임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프로파간다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동시에 쏠쏠한 외화를 벌어 주는 관광 상품이기도 했다.

'아리랑 축전' 공연은 평양 능라도에 있는 '5월1일 경기장'에서 진행돼 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5만 명이 수용 가능한 '5월 1일 경기장'을 집권 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현대화했다.

아리랑 축전의 공연 내용은 일제와의 대결, 조미(북미) 대결, 미사일과 핵 개발 등 북한 정권의 정통성과 역사적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 번에 1~2개월가량 공연을 진행하는데 매번 내용이 조금씩 바뀌어 왔다.

이러한 내용들이 정교한 카드 섹션, 대규모 군무와 함께 구현된다. 10만여 명의 공연자 중에는 수 만 명에 달하는 유치원, 초등학생 어린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2013년 7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된 공연 이후로 아리랑 축전은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를 두고 수 만 명의 어린이들이 힘든 연습과 공연에 동원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최근 한 대북 소식통은 "비판을 의식했다기보다 공연 프로그램을 새로 짜기 위해 공연을 중단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란봉 악단' 등 예술을 통치 수단의 하나로 삼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은 시대'에 맞는 공연을 짤 것을 지시해 정권 수립 70주년을 계기로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이 소식통은 "대미(美) 대결, 미사일 발사, 핵 관련 내용은 전부 빠졌다"며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주제로 공연이 구성됐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8월 15일 "'아리랑'과 같은 규모로 진행되게 될 이번 공연은 지난 시기에 비해 그 내용과 형식이 완전히 새롭고 독특한 것으로 하여 지금부터 많은 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끌고 있다"라고 설명한 것과 맥락이 같다.

신문은 당시 "'빛나는 조국'은 새 조국건설시기로부터 시작해 공화국이 걸어온 70년의 빛나는 역사를 다양한 예술형식에 담아 깊이 있고 풍만하게 펼쳐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은 5년 만에 재개된 집단 체조를 대대적으로 관광 상품화했다.

고려투어스를 비롯한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올 들어 '빛나는 조국' 관람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수십 여개 내놨다.

북한이 공개한 입장권 가격은 만만치 않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의 공식 홈페이지 '조선관광'에 따르면 '빛나는 조국' 공연의 관람료는 특등석(VIP석)이 800유로(103만 원), 1등석은 500유로(64만 원), 2등석은 300유로(38만 원), 3등석은 100유로(12만 원)다.

제일 저렴한 관광 상품이 3박에 100만 원에 가깝지만, 그마저도 집단 체조 공연의 입장권 가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 상품이 매진됐다고 한다.

북한은 고위급 외빈이나 정부 사절단을 공연에 초청하기도 했다.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0년 10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북한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5월 1일 경기장으로 데려갔다.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당시 아리랑 축전에서 북한은 미사일이 날아가 폭발하는 장면을 구성해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보여 줬다. 미국 내 여론은 들끓었다.

이 여파로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억류 기자의 석방을 위해 방북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연 관람 요청을 수 차례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일정 중 아리랑 축전을 관람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2005년 9월 제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 공연을 관람했다.

북한은 오는 18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공연 관람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호전적 내용이 빠졌다고 해도, 북한은 두 정상이 체제 선전의 대표적 상징인 집단 체조를 관람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은 당초 올해 공연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고 밝혔으나 최근 고려투어스 측은 "공연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쌍십절)까지 연장됐다"라고 전했다. 내부 결속과 관광 활성화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접견자'이기도 한 캐나다인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백두문화교류사'에 '빛나는 조국'의 10가지 관전 포인트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북한 집단 체조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한 '팩트 체크'인 셈이다.

1. 집단 체조는 2002~2005년까지 매년 열렸고 2006년에 1년간 중단됐다. 2007년에 재개됐으나 2013년에 다시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아무도 이유는 모른다.

2. 10만 900명이 공연에 참가한 2007년의 공연은 '세계 최대 집단 체조'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

3. 공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객석을 갖춘 평양 '메이데이 스타디엄(5월 1일 경기장)'에서 열린다.

4. '아리랑'은 민속적인 이름이다. 민속학의 일부입니다. 아리랑은 '한국적인 것'을 나타내며 남북의 분단을 상징하기도 한다.

5. 집단 체조는 저녁 7시께 시작해서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다.

6. 평양의 8개 학교의 학생들 중 체조 기술이 뛰어난 학생이 선발된다. 다만 5세 이상이어야 공연자로 참가가 가능하다. 매년 1월부터 거의 매일 공연 연습을 한다.

7. 약 2만여 명의 학생들이 '살아 움직이는' 카드 섹션에 동원된다. 카드 섹션으로 거대한 그림이 등장하고 애국심의 상징들이 표현된다. 공연자 한 사람이 소지하는 카드 섹션용 책자는 170페이지에 달한다.

8. 북한 체제를 나타내는 상징, 심벌들은 조국의 영예과 노동당의 지도력을 찬양하기 위해 여러 색과 자연적 요소들도 접목돼 제작된다.

9. 2018년 공연명인 '빛나는 조국'은 영어로 'Bright Fatherland'나 'Brilliant Fatherland'로 표현할 수 있다.
북한에서 가장 유명 밴드인 '모란봉 밴드'가 공연한 곡과 같은 제목이기도 하다.

10. 가장 저렴한 티켓이 100유로다. 300유로에서 800유로까지 티켓 가격이 매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