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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동상이몽, 무역협상 타결 멀어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9 16:07

수정 2018.09.09 16:07

(파고<美노스다코타주>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 주 파고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파고<美노스다코타주>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 주 파고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중이 무역현안을 들여다보는 입장이 크게 달라 협상으로 간극을 메우기가 힘든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멕시코 등과 무역갈등을 일단 봉합하면서 중국에 예봉을 겨눌 수 있는 집중력을 갖게 돼 강경기조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포위망 좁히는 미
미국은 7월 하순 워싱턴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미국과 EU간 무역분쟁을 일단 중단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캐나다는 일단 뺀 채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타결지었다.
캐나다와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궁지에 몰린 캐나다로서는 미국에 숙이고 들어가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특히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확고한 양보안을 내놓지 않은채 미국의 관세에 맞대응을 계속 할 경우 중국산 전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한 터라 캐나다도 미국과 협상이 계속 틀어질 경우 자동차 관세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캐나다측 협상대표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과 미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워싱턴에서 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가 임박했다는 어떤 조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양국간 협상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렛대가 미국에 크게 기운 상태여서 캐나다는 결국 미국에 빨려들어가거나 심각한 경제적 보복을 당하거나 양자택일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협상이 결국에는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북미와 무역분쟁이 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면 미국은 창 끝을 중국으로 오롯이 돌릴 수 있게 된다.

캐나다와 협상만 타결 되면 목표는 중국 하나로 집중되는 것이다.

미 정부 관리들은 NAFTA 재협상 타결과 미·중 무역전쟁은 연관돼 있다면서 유럽과 잠정적인 무역협상에 합의한데다 멕시코, 캐나다와 무역긴장이 완화되면 미국이 중국의 무역관행에 다각도로 압박하기가 쉬워진다고 밝혔다.

당근과 채찍으로 동맹들을 압박해 양보를 일부 받아낸 미국은 이미 EU, 일본 등과 함께 중국 포위 전략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무역분쟁 완화로 미 의회와 기업들의 비판을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고, 동맹들을 동원한 공조로 중국이 제3국을 경유한 대미 우회수출로 미국의 보복관세를 피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미국, 잡고 있는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할 것"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에게 정책 자문을 해 주는 헤리티지재단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무어는 "트럼프의 궁극적인 전략은 미국이 지렛대를 작고 있고 이를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중국 압박이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우리는 그들(중국)이 원하는 식의 합의를 맺을 준비는 안 돼 있다"고 말해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백악관의 강경입장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중국과 미 행정부내 온건파 일부가 기대했던 시진핑 국가 주석과 만나 정상간 타협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트럼프는 당초 11월 중순 열리는 아시아대평양경제협력체(APCE)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참석 계획을 취소했다.

시 주석과 만날 기회는 11월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 틀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는 한편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트럼프의 예봉이 꺾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의 뜻대로 상황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결기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게 문제다.

당초 무역적자를 좁히는데 초점을 맞췄던 미 행정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중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산업정책 변화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서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행정부 내에서 무역이슈에 관해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분에는 미 측의 입장이 하나로 통일됐다고 말했다.

온건파의 목소리가 점점 수그러들고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강경론이 대세가 됐다. 라이트하이저는 무역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보조금, 국내 기업에 우호적인 산업정책 등 중국 산업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내수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11월 중간선거 참패도 효과 없을 것
경제 구조변화는 중국이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강제 기술이전 같은 것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고,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 중국내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하는 것과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민감성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의 요구 가운데 5분의1 이상이 협상 불가능한 것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 행정부와 관계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정책 방향을 오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11월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가 참패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고 해도 중국이 바라는 것과 같은 대중 무역압박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가 타격을 받으면 되레 중국 압박이 강화될 수 있고, 민주당이 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로 백악관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중국은 "트럼프가 정면충돌을 못하도록 하려면 그가 투표함에서 멈춰져야만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중국)은 그가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계속 강경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중간 선거 결과가 트럼프의 대중 무역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내에서 관세 반대론자들이 이번 중간선거를 발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재계는 무역전쟁으로 취약해진 공화당원들에 집중해 관세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풀뿌리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일리노이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NBC/마리스트 여론조사에서는 관세가 미 경제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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