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기자수첩] 제주도 개방형 직위 확대 “무늬만 공모제 경계”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9 17:09

수정 2018.10.12 00:42

원희룡 지사 공직 혁신 차원 5급 이상 36개로 확대 
전문성·투명성 확보 관건…내정 후 ‘공모’ 이제 그만
민간 전문가 대신 공무원 꿰차는 개방형 직위 경계
좌승훈 기자
좌승훈 기자

[제주=좌승훈 기자]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개방형 직위 학대를 두고 말이 많다. 제주도정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5급 이상 개방형 직위를 기존 15개에서 36개(3급 4개·4급 12개·5급 20개)로 확대됐다. 이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서울시(44개 직위)에 이어 두 번째다.

원희룡 지사는 이에 대해 공직혁신, 소통확대, 공약실천을 위한 조치하고 했다. “제주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공직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공직개방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선거 공신을 위한 자리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선거공신 챙기기로 포장된 외부수혈”이라며 “직업공무원제 유린하는 개방형 공모제 확대를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제주도의회 고태순 의원(더불어빈주당, 제주시 아라동)도 최근 도정질문을 통해 "개방형 직위를 통한 외부 수혈, 특히 고위직에 외부사람이 많아지면 내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부 직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외부공모를 축소하고 내부 공모를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개방형 직위제는 외부 전문가 유치를 통한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2000년 도입됐다. 공직 내외를 불문하고, 공개모집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해당 직위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충원하도록 지정된 직위를 의미한다.

제도가 도입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헛돌고 잇는 것은 공직사회의 배타성과 폐쇄성도 한몫 한다. 한정된 자리에 외부 인사가 들어오면, 인사 적체로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개방형 직위는 5급 이상 직위의 10%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재 제주도 5급 이상 공무원이 420명이기 때문에 42명까지 지정 가능하다. 이번에 5급 이상 개방형 직위를 21개나 늘렸지만, 이는 반대로 제주도가 지금껏 개방형 직위제를 제대로 접목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물론 개방형 직위 확대로 공무담임권 침해가 우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외부 임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합목적성이 있는 만큼 반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관건은 전문성과 투명성이다. 정실개입을 차단하고 공개경쟁을 통한 채용과정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유도하듯, 공무원 이기주의를 통제하고 공직사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도 필요하지만 운용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순진한 민간인들이 대거 응모하게 되고, 탈락 이후 채용에 얽힌 내막을 알게 되는 식의 ‘사기극’은 이제 그만 종식되길 바란다. 또 공직에 들어온 민간전문가에 대한 배타적인 공직사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옹’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는 선거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직사회 내부 모두 경계해야 할 일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