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르포] 국내시장서 눈돌려 해외로.. 제품 기술력으로 불경기 돌파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9 17:25

수정 2018.09.09 17:25

지역불황 극복하는 경남 강소기업 <상>
콘택트렌즈업체 '드림콘', 車부품 기업 '경한코리아' 해외공략 성공해 매출 신장
최저임금 인상, 직원도 피해.. 소재가격 20~30% 급등
가격 경쟁력 부담 커졌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드림콘의 직원들이 지난 6일 만들어진 콘택트렌즈를 검사하고 있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드림콘의 직원들이 지난 6일 만들어진 콘택트렌즈를 검사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경남지역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업이 부진한 데 이어 현대기아차도 생산량을 줄이면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역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역 기업의 99.9%, 일자리의 89.4%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사가 많아 고통을 고스란히 입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경남지역 소재 중소기업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과 앞으로의 비전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 양산.창원(경남)=한영준 기자】 "매출의 80%를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해외시장은 자본 회전이 좋고 단가도 훨씬 좋다. 다양한 지역에 판매하기 때문에 불경기에 대한 부담도 적다."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드림콘' 김영규 대표가 지난 6일 밝힌 해외시장의 장점이다. 지난 2007년 경남 양산에 설립된 드림콘은 지역의 대표적인 수출주도형 기업이다.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국가별로 인증이 필요하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인증을 획득하고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매출이 137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영업이익률도 높다.

■드림콘, 해외 40여국에 수출

드림콘이 해외시장에 집중한 이유는 오히려 국내시장 공략이 더 어려워서다.

김 대표는 "국내시장은 소매점에 물건을 납품한 뒤 판매량 만큼 대금을 받고 나머지는 재고로 떠안아야 한다"며 "이 때문에 재고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드림콘이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한 비결은 역시 '기술력'이다. 드림콘은 세계 최초로 콘택트렌즈의 '유효기간 7년' 인증을 받았다. 콘택트렌즈의 유효기간은 보통 3~5년이지만, 유통기한을 늘려 재고 부담을 줄였다. 또한 자체 개발한 '플루시어' 생산공법으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착용감도 개선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해외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아랍지역의 여성들은 차도르를 쓰기 때문에 립스틱은 안 발라도 렌즈는 산다. 일본이나 유럽 소비자들은 자연스러운 컬러렌즈를 선호하는 데 반해, 동남아 소비자들은 서클렌즈 등 강렬한 컬러렌즈를 좋아한다"며 "시장마다 수요가 다르다. 우리는 3500여종의 컬러렌즈를 만들고 있어서 글로벌 기업 보다 경쟁력이 더 높다"고 자신했다.

■경한코리아, 독일 폭스파겐 등과 직접 계약

같은 날 방문한 경남 창원의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경한코리아'는 현대기아차그룹의 2차 협력사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이튼사에 트럭용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해외 판매처를 늘려왔다. 2013년부터는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수주를 받아 부품을 직접 납품하고 있다.

이준형 해외총괄 부사장은 "현대차가 올해 처음으로 판매계획을 줄이면서 협력사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2000년대부터 수출을 시작한 덕에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한국은 경기가 안 좋지만, 세계적으로는 차량들이 점점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한코리아는 지난해 캐나다 스텍폴과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덕분에 미국 포드와 GM 차에도 경한코리아 부품이 들어간다. 또 벤츠와 도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ZF사와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해외시장 덕에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328억원) 중 수출 비중이 41%(134억원)에 달했다. 이 부사장은 "올해는 수출 비중이 내수 규모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에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대했다.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쟁력 잃을까 걱정"

승승장구하는 강소기업에게도 급격한 정책 변화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드림콘 김영규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며 "결국 기업이 살아야 직원도 사는 것인데 계속 압박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니 수당이 줄어 결국 피해 보는 것은 근로자"라며 "기본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수출 물량이 많다 보니 가끔 잔업도 하는데 다들 지금처럼 일해도 상관없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을 뽑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서울이 아니라 그런지 지원자가 많지 않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과감히 유예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경한코리아 이준형 부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만 더 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며 "이러한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다 보니 소재 가격 등이 20∼30%씩 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또 "국내에서만 경쟁한다고 하면 모두의 부담이 늘어나니 상관없지만 글로벌로 나가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최근 소재 가격 급등으로 견적 내기가 두려울 정도라 글로벌로 나갔을 때 인도 회사 등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