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어쩌다 무법천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됐나

최근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 '가두리 펌핑'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특정 암호화폐의 입출금을 막으면, 갑자기 이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생긴다. 입출금이 제한된 상황에 특정 세력이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늘리면서 시세가 급등하는 것이다. 이를 투자자들은 '가두리 펌핑'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시세 조작 행위로 볼 수 있다. 가두리 펌핑으로 150원이던 한 암호화폐는 단기간에 7000~80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법률로 규제받는 주식시장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들이 현재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세 조작 세력들이 시세를 조작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조작인걸 알면서도 이익을 얻기 위해 뛰어드는 모습. 도박장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지 않은가.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도박장 운용사업과 같은 부류라고 평가하더라도 닥히 변명하기 어려운 수준 아닌가 말이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가 원활히 구동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암호화폐 없이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그럼에도 지금 일부 거래소들의 행태는 차라리 암호화폐 없이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거래소들이 스스로 벤처기업 업종 지정 제외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 만난 한 거래소 대표는 "거래소들의 자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처럼 '가두리 펌핑'을 유도하거나 방조한다면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아닌, 매서운 칼날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무작정 거래소를 도박장 취급할 일은 아니다. 이렇게 만든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거래소에 대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김진화 전 코빗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목이 아프도록 외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정부는 수개월 동안 거래소를 방치했다. 여전히 누구나 통신판매업으로 신고만 하면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 '한탕주의'를 노린 거래소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오히려 암호화폐 생태계를 잘 꾸려보겠다고 건전하게 영업하고 있는 거래소들은 이런 한탕주의 거래소 때문에 같이 욕을 먹고 있다. 악순환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거래소를 관리해야 한다.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보안에 대한 투자, 상장기준 투명화 등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정부는 마치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암호화폐 거래를 장려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암호화폐 논란은 뒤로 미뤄두더라도 이미 수많은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대로 놔두는 것은 국가로서 자격미달이다. 시세조작이나 외부 해킹피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을 보여야 한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