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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판문점선언 비준 앞서 재원대책 짚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6:38

수정 2018.09.10 16:38

비핵화 없는 경협은 도박.. 국민 납득시키는 게 먼저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가 여야 간 큰 쟁점으로 부상했다. 남북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여권과 북한의 비핵화 보장 없는 대북 지원을 우려하는 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다. 우리는 비준안이 졸속 처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은 한 비준안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지도 않을뿐더러 이행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차원에서다. 그래서 10일 3당 원내대표들이 비준안 문제를 18일부터 열릴 남북정상회담 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니 다행이다.

문재인정부는 11일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여야가 일단 이를 정쟁의 계기로 삼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물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는 여권의 입장은 십분 이해된다.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충정이라면 말이다. 다만 작금의 상황이 그런 기대에 부응할 만한지,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대내적 여건이 구비됐는지가 문제다.

우선 안보 차원에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북한의 비핵화 진척 여부다. 북한이 판문점선언 후 유효기간이 사실상 만료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이벤트를 벌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 실질적 비핵화의 첫발조차 떼지 않고 있다. 핵 물질·시설에 대한 신고서조차 내지 않으면서다. 이런 마당에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서두른다면 북핵 폐기를 놓고 한·미 간 탈동조화 현상은 심화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더욱이 판문점선언 속 비핵화 조항이 실현을 담보할 수 없는 '약속어음'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비준 즉시 대규모 대북 지원 예산 투입이 가능하게 되는 것과는 극히 비대칭적이어서다. 야권이 천문학적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며 비준안 동의에 난색을 보이는 이유다. 철도 연결·현대화에만도 수조원이 소요될 정도라면 전반적 선언 이행에 수반되는 비용추계안을 납세자인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게 당연한 도리다.

최근 북한 당국은 남북 경협에 목을 매는 기미가 역력하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남조선 경제와 민생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남북 경협'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도 판문점선언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궤변까지 펼쳤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비핵화 없는 경협이라는 도박을 벌일 까닭은 없다.
국민을 충분히 납득시킨 후에 여야가 합의해 가부간 비준안을 처리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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