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자나깨나 말조심

"강남집 팔고 분당 이사가라" "세금은 거위깃털을 빼는 것" 장하성·김현미도 아슬아슬

2007년 노무현정부 때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구설에 올랐다. 보유세 논쟁이 한창일 때다. 권 부총리는 "세금이 부담되면 강남 집 팔아서 분당으로 이사가라"고 말했다. 세금 내고 현금도 확보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강남에 집 한 채 갖고 오래 살던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주거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세금을 못 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나라가 정상인가. 정통 경제관료인 권 부총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죽을 쒔다.

이명박정부 땐 대통령 본인이 사달을 냈다. 2008년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한 사람들,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산 쇠고기 먹던 사람들"이라며 "그분들 미국산 쇠고기 수입되면 먹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광우병 쇠고기를 둘러싼 과학적 논란은 잠깐 접자. 이 대통령은 타오르는 민심에 되레 불을 질렀다. 그는 천생 기업인 체질을 벗지 못했다. 말로 여론을 다독이는 데 서툴렀다. 이명박정부는 5년 내내 쇠고기 파동의 그늘 아래 묻혔다.

박근혜정부에선 조원동 경제수석이 설화(舌禍)의 주인공이다. 2013년 세제개편안을 놓고 여론이 들끓었다. 조 수석은 "세금을 걷는다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세연구원장 출신인 조 수석은 세금 전문가다. 자기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다고 거위 이야기를 꺼냈으나 아뿔싸, 졸지에 거위가 된 중산층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대통령을 지척에서 모시는 경제수석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

문재인정부도 아슬아슬하다. 지난해 여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말했다. 집이 두 채, 세 채인 이들에게 정부가 무거운 세금을 물릴 수는 있다. 하지만 재산권에 간섭하는 듯한 모양새는 옳지 않다. 집을 사고파는 건 주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중세 이탈리아의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마키아벨리는 "사람은 자기 부모가 죽은 것보다 자기 소유물을 빼앗긴 것을 더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에서 남의 소유물을 놓고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건 금기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도 말실수가 잦은 편이다. 그는 JTBC와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각보다 높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청와대에서 최저임금 정책을 사수하는 보루다. 여태껏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그런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솔직히 나도 놀랐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tbs라디오 인터뷰에선 엉뚱한 논리를 폈다. 장 실장은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라더니 "나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라고 했다. 아니, "나도 강남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거다"라고 해야 아귀가 맞지 않나. "모든 여행객이 5성급 호텔에 묵으려고 하는 건 아니다. 묵을 이유도 없고. 내가 거기에 묵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누구 놀리는 건가.

김동연 부총리에 따르면 청와대 정책실장은 스태프(참모)다. 참모는 있는 듯 없는 듯 구는 게 좋다. 참모가 말실수를 하면 곧장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했다. 말로 매를 번다는 말도 있다. 지금 같아선 문재인정부가 청와대에 정책실장이란 자리를 둔 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짙은 의문이 든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