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애인 학교는 대가교환 대상이 아니다

지난 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장애인 학부모, 장애학생 50여명이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였다. 전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강서을이 지역구인 김성태 의원, 강서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예정대로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기로 극적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1년 전 상황을 돌아보면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수학교 건립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주장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상황이 악화되자 장애인 학생의 부모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무릎을 꿇는 이른바 '무릎 호소 사건'으로 여론 질타가 이어졌다.

원하던 대로 '서진학교' 설립이 이뤄졌음에도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왜 분노했을까.

조 교육감은 서진학교를 짓는 대신, 김 의원·주민대책위 측 요구인 국립한방병원과 주민복합시설 건립에 협조하겠다고 합의했다. 대가성 합의를 한 것 자체가 '특수학교=기피시설'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버린 셈이 됐다. 또 지역 이기주의인 님비(NIMBY) 현상에 타협하는 안 좋은 선례를 남겨버리게 됐다.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측은 겉으로 국립한방병원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속사정을 따지고보면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천민자본주의가 내재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고 있으며, 장애로 인한 차별도 평등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서진학교는 당초 지역주민이 마치 수혜를 주고 합의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평등권을 침해한 사례다.

아직까지 서울 시내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구는 중랑·동대문·성동·용산·영등포·양천·금천·중구 등 8개구이다.
차후 이들 지역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진행해야 한다. 강서구와 같은 사례가 나올 경우 또다시 대가성으로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장애인 특수학교는 대가를 주고받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서울시교육청은 명확히 밝히는 게 순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