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 독립성 훼손'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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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시작은 이른바 '빚 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정부의 저금리·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었다.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있던 2014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한은은 기준금리를 4번 내렸고 금리 수준도 현재와 같은 연 1.50%까지 내려갔다.

그렇게 '저금리 시대'가 시작됐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와 올해 수많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 독립성이 훼손됐을 때의 부작용을 경험해서인지 문재인정부는 이주열 총재 연임을 결정했다. 한은 총재를 44년 만에 연임시킨 것은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은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언급하며 한은의 금리정책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후 3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또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들은 회의나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은 독립성을 약속했던 여당과 정부에서 그 약속을 잊은 듯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우리 경제의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방치할 경우 가계부채 급증, 버블을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이든 인하든 결정은 한은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독립적이지 못하고 정부에 끌려갔던 한은 통화정책이 현재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촉발시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더구나 통화정책은 거시정책이다. 부동산이라는 하나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을 움직인다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부동산을 잡으려다가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인 경기와 물가에 악영향을 주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