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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를수록 튀는 집값] ‘묶이면 오른다’ 투기지역·과열지구 오히려 투자처로 떴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7:26

수정 2018.09.10 17:26

지난주 아파트값 상승 1위, 투기과열지구 지정된 광명
서울 동대문·동작·종로·중구, 2주일새 매물 싹 사라져
오르기만 하는 잠실 집값10일 오후 서울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잠실 일대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오르기만 하는 잠실 집값10일 오후 서울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잠실 일대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투기과열지구 등 추가 지정되는 곳 중 하나에 투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인증한 곳이니 믿어도 되겠지요."

10일 수십만명이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의 투자상담 문의글에 올라온 답변이다. 정부가 계속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오히려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더 오른다는 믿음이 팽배해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정책 발표에 대한 피로감과 신뢰성 하락으로 오히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되면 오히려 '주목'

지난달 말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서울 동대문구, 동작구, 종로구, 중구 등에서는 2주일 새 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앞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들이 전국적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사례를 이미 학습했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지난주 전국에서 아파트값 상승률(1.58%)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내놓은 대책들이 결국은 돈이 될 만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라는 시그널로 읽혔다"면서 "지방 시장 자금들도 이제 서울로 모두 쏠리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올 초부터 들썩였던 동대문구는 이번 투기지역 추가 지정으로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분당선 왕십리~청량리역 연장선과 광역급행철도(GTX), 수서발 고속철도(SRT) 노선 신설계획 등 광역교통 호재로 청량리역 개발사업은 물론 인근 재개발 사업지들도 사업을 서두르던 차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제한되고 중도금대출 발급요건도 강화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진입 문턱을 높이고, 희소성 증가로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추가공급 택지 발표 앞두고 시장 혼란 최고조

여기에 서울 및 수도권 인근에 공급을 늘리기로 하면서 추가 공급 택지로 예측되는 후보지가 모두 투기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가 예상되는 곳과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이 다시 한 번 출렁일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막아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과천시는 그린벨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지난 9일 반대집회까지 열렸다.

추가 공급 택지가 정해질 경우 주변 지역으로 미칠 파장을 벌써 계산하는 움직임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사전유출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택지 후보지가 재조정될 수도 있는 등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천, 의왕이 추가 공급 택지 후보지로 유망하다고 알려졌는데 이 경우 최근 공급이 많았던 평촌, 안산 등 인접 지역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보다는 양극화 심화가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열된 시장을 만든 것이 결국은 정책이라며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고된 추가 대책도 아마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당장 또 규제책을 내서 효과를 보겠다는 것은 무리수다. 특정 지역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시장을 더 왜곡시킨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정책은 중장기적 대책으로 펴야지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 집값이 오락가락한다"며 "추석 전에 대규모 정책 내놓다고 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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