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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돈 풀기 10년.. 美경제 호황 맞았지만 신흥국은 ‘부채폭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7:34

수정 2018.09.10 20:59

세계경제 명암.. 美 18% 성장, 실업률 최저
中·인도 경제 2배 키웠지만 브라질·러시아는 제자리걸음
문제는 천문학적 부채.. 10년 초저금리 시대 그림자
글로벌 부채 27경6000조원.. 또 다른 금융위기 뇌관 지적
기업 순위도 재편.. 상품에너지 관련 기업 타격
1·2위 엑손모빌·페트로차이나, 애플·아마존에 '자리' 내줘
[금융위기 10년] 돈 풀기 10년.. 美경제 호황 맞았지만 신흥국은 ‘부채폭탄’

세계 금융 중심인 미국 금융가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 만천하에 드러난 2008년. 월가발 충격으로 국제 금융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각국 중앙은행이 벼랑 끝에 섰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낮추고, 채권을 매입하는 등 유례없는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선 결과 일단 외양상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충격을 점차 지워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변화가 또 다른 위기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장 탄탄, 노동시장도 개선

저금리와 돈풀기로 각국 경제는 더 탄탄해졌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금융위기 이후 10년:불균등한 개선과 일부 구조적 단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현재 18%로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신흥국 가운데는 중국과 인도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1인당 실질 GDP 기준으로는 독일과 일본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노동시장도 개선됐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8년 10%에서 현재 4%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고용률은 6.6%로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돈다. 독일과 일본 등 다른 주요 선진국의 고용률은 위기 이전의 고점을 넘었다. 실질임금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매우 완만하게 상승했다.

특이한 점은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연결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 증시 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전쟁과 정치불안, 지정학적 긴장 등 외부충격에 선진국 증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 같은 특징은 국가 간에도 나타났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 10년간 경제가 2배 이상 성장했고, 미국은 18% 성장에 그쳤지만 증시 상승률에서는 미국이 이들 국가를 크게 앞질렀다.

■달라진 세계, 부작용 만만찮아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기에 진입했지만 예상치 않은 부작용이 만만찮다.

먼저 사상 최대로 불어난 천문학적 부채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에 전 세계 기업들은 싼값에 돈을 빌려 부채를 대폭 늘렸고, 각국 정부 역시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쳤다. 그 결과 글로벌 부채는 올해 1·4분기 현재 247조달러(약 27경600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70조달러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1·4분기에만 8조달러가 증가했다.

글로벌 가계와 비금융기업, 정부 부문을 합친 부채는 186조달러까지 늘어났다. 글로벌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8년 200%에서 지난해 말 244%로 상승했다.

특히 중국이 이 같은 빚폭탄의 가장 큰 희생양으로 꼽힌다.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해온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이자 중국 정부는 2008년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는 2008년 4·4분기 171%에서 2018년 1·4분기 299%로 급등했고, 과잉생산과 성장둔화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품 수출국과 에너지 관련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세계 최대 상품수출국인 중국이 금융위기로 인해 성장이 둔화하자 전 세계 상품수요도 감소했다. 그 결과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상품 수출국들이 흔들리게 됐고 상품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기업 명단도 달라졌다. 2008년 9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2위를 엑손모빌과 페트로차이나 등 에너지기업이 차지했지만 현재 1~3위는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서구 민주주의 정권들이 이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면서 이탈리아 등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며 전 세계 정치지형을 흔들고 있는 것도 금융위기의 산물로 꼽힌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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