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文정부 혁신이 성공하려면

지령 5000호 이벤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9%로 추락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내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불과 4개월 전 80%를 상회했음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의 마음이 야속할 수도 있다. 남북 관계에서 이룬 엄청난 변화는 문 대통령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정 기조도 시대 변화를 통찰해 '사람 중심'으로 설정했다. 경제도 과거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소득과 혁신이 주도하는 성장전략으로 전환하고, 대.중소기업 관계를 비롯한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경제를 뿌리 내리고자 했다.

문재인정부의 변화와 혁신의 방향에 대한 비판론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시대 변화를 읽는다면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압도적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변화의 방향이 정당하다고 해서 반드시 변화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변화와 혁신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바다. 변화의 성공은 어쩌면 방향의 정당성보다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변화전략의 합리성에 더 달려 있는지 모른다. 변화의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민심이 등을 돌린다. 변화를 지지하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민심의 지지가 약해지면 아무리 훌륭한 개혁이라도 동력을 잃어버린다. 중국 역사상 변화와 혁신을 이끈 지도자로 제(齊) 환공 시대의 관중, 진(秦) 효공 시대의 상앙, 송(宋) 신종 시대의 왕안석을 들 수 있다. 이들 모두 시대의 병폐를 바로잡고 부국안민을 꿈꾸었다. 변화의 방향은 옳았다. 그러나 당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관중은 성공했고, 상앙과 왕안석은 실패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중요한 차이는 변화에 대한 민심의 지지였다.

민심의 지지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변화 초기에는 변화의 가치나 방향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가 민생을 안정되게, 더 여유롭게 해주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문재인정부의 변화와 혁신은 가치와 방향은 옳았으되 아직까지 민생을 챙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이 지지율 추락을 초래하고 있으며,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누차 지적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과도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가져올 고용 부문의 부정적 효과를 과소평가했다. 또한 저임금 근로자들이 대부분 취업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지 못했다. 애당초 최저임금은 영세자영업자들의 지불능력 범위 내에서 인상하고, 부족한 부분은 근로장려금 등 복지제도로 해결해야 했다.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하는 더 중요한 요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이대로 간다면 임금이 올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할 것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임금인상분 이상의 임대료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이들이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해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급을 늘리되 공공주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리하여 부동산 투기 붐이 출렁일 때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어떤 구성원이라도 품위 있는 주거공간에서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