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청소년 범죄 초기부터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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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을 보면 10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불량한데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정말 진심으로 뉘우치는 듯한 모습에 선처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판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모습을 자주 경험하면서 양형에 갈등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최근 만난 한 판사가 몇 해 전 소년전담 재판부 재판장으로 일할 때 벌어졌던 일을 얘기하며 꺼내놓은 말이다.

과거 청소년 범죄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미래의 주역들인 만큼 기회를 주자'는 온정주의적 태도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대 여학생 2명이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이른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10대 4명이 또래 여학생을 둔기 등으로 1시간40분가량 폭행한 뒤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등 잔혹한 사건이 늘면서 처벌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체 범죄자 대비 소년범죄자 비율은 2008년 이후 계속 감소한 반면 강력범죄자 비율은 2007년 2.2%에서 2016년 4.4%로 2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조정 등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정신적 성숙도가 성인과 같다고 볼 수 없는 청소년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이 재범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영국은 형사책임연령이 만 10세(우리나라는 만 14세)로 가장 낮고 일본은 2000년 소년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2007년 소년원 송치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췄지만 소년범죄는 여전히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평가된다. 소년사법의 연령인하가 범죄 감소로 이어진다는 구체적 증거가 미약한 상황에서 여론에만 이끌려 처벌 연령을 무조건 낮추는 게 근본책이 되기는 어렵다.

청소년 강력범은 대부분 입건되기 전 비행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기 비행을 발견할 경우 유관기관의 즉각적인 개입과 해당 소년의 특성에 맞는 실질적이고도 선도적인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 극단적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과 함께 청소년의 주거나 학업, 취업, 의료 등 취약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비행 가능성을 줄일 대책도 내놔야 한다. 아울러 현재 소년원에서 간헐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가족캠프 활성화와 보호관찰 단계에서 가족관계 개선방안 등 소년 강력범들의 가정기능 회복을 위한 지원과 프로그램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