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법농단 연루 의혹’ 전·현직 고위법관 무더기 소환

日 강제징용 소송 뒷거래 이민걸 판사 피의자 조사.. 문서 파기 유해용 재소환

포토라인에 선 법관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부터),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법관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 간부로 근무한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2015년 8월~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정부의 '뒷거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초 법원행정처가 학술단체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와해를 시도한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 청사에 도착한 그는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이 부장판사가 2016년 9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외교부를 찾아가 구체적인 재판 진행방향을 설명·논의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김현석 수석재판연구관을 불러 조사했다. 김 연구관은 대법원 선임연구관이던 2016년 6월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유해용 당시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게 건넨 의혹을 받는다.

이 문건은 당시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 지방 의원들이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행정소송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경우 장단점을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재판 관련 문건이 법원행정처에서 실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된 만큼 행정처가 재판 개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 김 연구관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김 연구관의 선임이었던 유 변호사도 이날 오후 검찰에 재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는 등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청와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압수수색 영장이 세 차례 기각되는 사이 불법 반출한 대법원 기밀문건들을 파기한 혐의도 있다. 이날 검찰 청사에 도착한 그는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썼는데 왜 문건을 파기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서약서는 형사소송법상 작성할 필요가 없는데 검사가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고 해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