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9월에만 반도체株 1조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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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우려 보고서 나오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도

2개월 연속 순매수하던 외국인 자금이 9월 들어 다시 빠져나가면서 약세장을 이끌고 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미국증시의 상승에도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재점화 우려로 인한 달러 강세 등의 악재로 신흥국 증시가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9월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1조1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달 초 외국계 증권사가 반도체 업황에 대해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또다시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반등 중이던 주가도 지난달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이달 들어서만 총 1조838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7월 3734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5개월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뒤 지난달에도 1조6528억원 순매수로 폭을 키웠다. 그러나 이달 들어 또다시 급격한 순매도로 투자 기조를 전환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7719억원어치를 팔아치워 5년여 만에 일일 최고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공표하면서 무역분쟁 우려가 재점화됐다. 이달 들어 달러 강세가 흐름이 다시 나타나며 코스피 투자 매력도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익에 비해 지수가 저평가돼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의견은 다르다"며 "반도체 말고는 매력적인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이익 기대치가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주축인 반도체업종이 힘을 쓰지 못하는 점은 코스피의 가장 큰 부정적 요인이다. 반도체업종에는 악재가 겹쳐 있다. 미국증시에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악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모건스탠리가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을 지적하며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자 약세에 불을 붙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 주식을 5987억원, 삼성전자를 5656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투자 심리에 반영된 지난 7일 하루에만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약 6700억원어치 팔았다.

외국인 매도세가 급증하며 두 종목의 주가도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던 반등세가 꺾였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7만5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달 말 8만원 회복에 성공했으나 외국계 보고서 이후 또다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4만4550원에 거래를 마쳐 8월 20일 이후 가장 낮았다.

증권가에서는 3·4분기 반도체 업종의 최대 실적이 예상되나 이후 업황에 따른 실적 변동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최근 증시에 고민스러운 점은 반도체 가격하락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실적에도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3·4분기까지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실적이 관건인데 이전보다는 기대감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