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애플워치에 심전도, 우리는 뭐 하나

첨단의료기기 산업 급성장..한국도 규제완화 서둘러야

애플이 12일 심전도(ECG) 측정 기능을 갖춘 애플워치4를 공개했다. 심전도 측정은 손가락을 갖다 대면 심장 박동의 리듬을 체크해주는 기능이다. 측정된 데이터는 스마트폰에 기록되고 PDF 형태로 저장돼 의사와 공유할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았다.

기존 제품도 심장 박동수를 측정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신제품은 심박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전문적인 심장질환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 넘어짐(낙상) 감지 기능도 고령자에게 유용해 보인다. 사용자가 넘어지면 화면에 경고 표시가 나타나고 응급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60초 이상 응답이 없으면 자동으로 긴급 구조요청이 이뤄지고 사용자의 긴급 연락처로도 메시지가 전송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웨어러블 기기가 앞으로 다양한 건강진단용 의료기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의료기술이 ICT와 융합되면서 첨단의료기기 산업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격의료 분야가 대표적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관련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1997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원하는 메디케어를 통해 원격상담에 보험을 적용했다. 일본은 섬 주민 등을 대상으로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중국에서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원격의료 사업이 시작됐다.

반면 한국은 2010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9년째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의 시작이다' '대형병원만 배불릴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법안 처리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선진 원격의료 기술을 개발, 해외에 수출까지 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각 분야의 산업현장을 돌며 규제개혁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첫 번째로 의료산업 현장을 방문해 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혁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민주당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최근 섬 등 의료 소외지역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당이 좀 더 진취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