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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레저] 벽 없는 박물관, 여기는 에스토니아 탈린입니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3 17:12

수정 2018.09.13 21:51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발트해의 푸른빛과 나뭇잎의 초록빛, 구시가지 건물의 붉은빛이 어우러지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진=조용철 기자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발트해의 푸른빛과 나뭇잎의 초록빛, 구시가지 건물의 붉은빛이 어우러지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진=조용철 기자

옛 시청사
옛 시청사

유럽서 가장 오래된 약국 내부
유럽서 가장 오래된 약국 내부

뚱뚱이 마르가레타 성탑
뚱뚱이 마르가레타 성탑

【 탈린(에스토니아)=조용철 기자】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건물들과 함께 발트해의 물빛을 닮은 담벼락이 여행자들의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발트해의 푸른빛과 나뭇잎의 초록빛,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 건물들의 붉은 빛이 어우러지면서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탈린으로 떠나보자.

탈린의 볼거리는 무엇보다도 구시가지다. 비루 대문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다. 과거엔 출입을 통제하고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아름다운 구시가지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대문 앞으로 비루 거리가 펼쳐진다. 탈린 구시가지 관광은 보통 비루 거리에서부터 시작한다. 비루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뮈리바헤 거리를 만난다.

'성벽 사이 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웅장한 성벽과 함께 곳곳에 스웨터, 목도리를 파는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구시가지는 크게 저지대와 고지대로 나뉘어져 있다. 저지대에는 탈린이 한자무역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기에 여기에 터를 잡았던 독일 상인들이 지은 길드 건물과 가옥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시가지에는 거리 곳곳마다 어디를 가더라도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볼 수 있는 공방과 선물가게, 바리스타들이 직접 볶은 커피를 내려주는 커피숍들이 골목마다 넘친다. 톰페아 언덕을 품은 고지대는 예전 리보니아를 지배하던 군주들과 대주교들이 기거했던 장소라 그런지 저지대에 비해 멋스럽고 웅장한 풍경을 자아낸다.

탈린 구시가지 여행은 저지대에서 시작해서 니굴리스테 성당 옆 '짧은 다리 거리'로 알려진 뤼히케얄그 거리를 통해 고지대로 올라갔다가 다시 '긴 다리 거리'로 불리는 픽얄그 거리를 통해 내려오는 것이 좋다. 탈린은 흔히 '벽 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하지만 여기서 느낄 수 있는 중세의 흔적들은 전시물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시민들이 실제로 생활을 하고 있는 삶의 무대다. 옛 시청사 앞에 자리잡은 시청광장은 7세기 동안 시민들의 생활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옛 시청사가 지어지기 이전부터 시청광장은 시장과 축제가 열리고 공개 형벌 집행도 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왔다.

여기저기에 노천카페들이 들어서고 곳곳에서 야외공연과 수공예품 시장이 열린다. 옛 시청사는 북유럽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고딕 건물이다. 1404년 완성된 옛 시청사는 높이 64m에 8각형 탑으로 더 유명하다. 후기 르네상스 양식의 나선형 탑은 1600년에 지어졌으며 맨 위에는 '토마스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풍향계가 설치돼 있다.

시청광장 한구석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 있다. 1422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도 일반 의약품을 팔고 있다. 약국에 들어서면 말린 두꺼비 등 예전에 사용하던 약재와 잉크, 향수처럼 중세시대에 약국에서 팔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약국 뒤편에 있는 성령 성당은 에스토니아 최초로 에스토니아어로 미사가 거행됐던 장소다. 약국을 지나 걷다보면 올레비스테 성당이 자태를 드러낸다. 건물이 완공된 1500년께는 높이 159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무역항인 탈린으로 들어오는 선박들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 성당 탑은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어 계단을 통해 끝까지 오르면 톰페아 언덕과 항구, 구시가지 전체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1940년에 옛 소련, 1941년엔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았으며 1944년엔 옛 소련의 재침공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직후 무력으로 소비에트연방에 복속, 1991년 독립하기까지 점령된 채로 남아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옛 소련이 남겼던 흔적들은 에스토니아인들에게 아픈 과거를 떠오르게 하지만 이들은 이 흔적을 허무는 것보다 보존을 택했다. 올레비스테 성당 인근에는 옛 소련이 KGB 사령부로 이용하던 건물이 남아있다.

에스토니아가 1991년 독립하기 이전까지 이 건물의 용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올레비스테 성당 첨탑은 한때 KGB의 라디오 송신탑으로도 사용됐다. 올레비스테 성당에서 '뚱뚱이 마르가레타 성탑'으로 가는 길목에 베이지색의 세 건물과 만난다. '세자매' 건물이다. 15세기 중세 길드 무역상의 주거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현재는 고급 호텔로 바뀌었다. 세자매 건물을 지나니 뚱뚱이 마르가레타 성탑과 만난다. 성탑들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이 성탑은 전쟁 시 포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벽을 두껍게 만들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됐다. 덕분에 이름도 '뚱뚱이 마르가레타'로 불린다. 16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 에스토니아 해양 개발과 어업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시청광장에서 약국 반대편으로 가면 뱃사람들의 수호신인 성 니콜라스를 기리기 위해 한 독일 상인이 지었다는 니굴리스테 성당이 보인다.

저지대에서 니굴리스테 성당 오른편으로 '짧은 다리 거리'와 만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고지대로 이어진다. 내려올 땐 '긴 다리 거리'를 이용하면 된다. 오르막길인 뤼히케얄그 골목에는 고지대로 가는 계단과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고지대에는 탈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톰콜리 거리와 코흐투 거리 끝에 있는 전망대는 구시가지와 바다, 항구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맞은편 라후코흐투 거리 끝에서는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는 대조를 이루는 현대 신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고지대에 오르면 알렉산데르 넵스키 대성당과 '톰 성당'으로 불리는 동정녀 마리아 대성당과 만난다.

화려한 장식의 정교회 성당인 알렉산데르 넵스키 대성당은 제정 러시아가 정복 지역을 다스리던 19세기 말에 지어졌다. 종탑은 탈린에서 가장 거대하며 그 가운데 제일 큰 종은 15t에 달한다. 에스토니아 루터교의 총본산인 톰성당은 15세기 중반에 개축 이후 완성됐다.
현재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132만명으로 우리나라 광주광역시 인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직항노선이 없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주로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서 입국하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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