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하루아침에 대출 안된다니요" 이사가려던 1주택자 '발 동동'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4 17:11

수정 2018.09.14 17:11

9.13대책 직후 은행 지점 가보니..
실수요자도 임대업자도 바뀐 규제 전화문의 폭주
대출 불가 답변에 고성도
9.13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대출규제가 시행된 첫날인 14일 각 은행 지점에는 바뀐 규제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지점을 방문해 대출상담을 받는 고객도 꽤 있었지만 전화를 통한 상담도 상당했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대출상품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9.13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대출규제가 시행된 첫날인 14일 각 은행 지점에는 바뀐 규제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지점을 방문해 대출상담을 받는 고객도 꽤 있었지만 전화를 통한 상담도 상당했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대출상품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규제를 이렇게 하루아침에 바로 적용하면 어떡합니까. 당장 다음달 잔금인데…."

9.13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발표가 난 직후 각 은행 지점에는 바뀐 규제에 걸려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특히 재건축, 신규입주 단지가 많은 지역에는 새로운 규제와 한도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으며 일부 전화문의 고객은 대출이 안되는 사례에 걸리자 고성을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전화상담 폭주해 업무 힘들 정도

14일 본지 기자가 시중은행 3곳을 방문했을 때 각 지점은 예상과 달리 내방고객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3~4개에 달하는 대출 창구의 직원들은 끊임없이 걸려온 전화에 상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A은행 강남지점 관계자는 "규제 발표 당일인 어제 폭주하는 전화와 고객 방문으로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면서 "LTV 규제 강화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았다" 고 전했다. 이 지점의 주요 문의자는 조정지역에 추가로 주택구입 진행 중인 고객과 다세대주택 또는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시설대출이 필요한 고객이었다.

B은행 역시 강남 위주로 문의가 급증했다. 특히 자가주택이 있는 연봉 1억원 이상의 직장인들이 전세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가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계약 파기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작구에 위치한 B은행 영업점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신축사업자의 문의가 많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임대목적으로 부동산 구입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소호(개인사업자)대출로 매매대금에서 보증금 차감한 최대 80%를 대출받고 본인자금 20%, 취득·등록세로 구입이 가능했으나 이번 개편으로 대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하남미사 인근에 위치한 C은행 지점은 재건축과 신규입주 아파트 단지 관련 집단대출을 다수 보유한 탓에 고객상담이 폭주했다. 이 지점 관계자는 "주로 대출 가능성과 한도를 묻는 일이 많고 부동산업체 종사자들의 대면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고가주택이 없는 강북 지역 지점들은 아예 상담이 없거나 오전에 1~2통 전화가 오는 것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확률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의 고객들이 부동산 투자를 활발히 해온 만큼 이번 규제에 대한 체감도 강남 쪽이 훨씬 뜨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고객은 이번 조치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도금 마련 못해 발 동동…실수요자 피해 현실화

시중은행이 전하는 주요 대출불가 사례는 기존에 주택이 있는 고객이 다른 주택을 매입하려 한 것들이다. A은행 여신담당자는 "대출이 없는 기존 1주택 보유고객이 조정지역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려고 했으나 1주택자의 2주택 매입 대출 LTV 0% 적용으로 인해 기존 진행하던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는 은행 시설대출을 받아 다세대주택 임대사업을 하려는 고객이었다. C은행 여신 담당자는 "LTV가 40%로 하락하면서 대출 가능금액이 감정가의 20%도 안되는 것으로 나오자 일부 고객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고객은 임대사업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전화를 했다.

또 다른 고객 역시 매매대금 30억원의 40% 수준인 12억원을 대출받아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LTV 40% 적용으로 대출가능 금액이 급감해 계약을 포기했다.

중도금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져 발을 구르는 고객도 많았다. 특히 강동구는 강남4구 안에 속해 문의가 유난히 많았다는 것이 시중은행들의 공통적 반응이었다.
1주택자이지만 이사를 가기 위해 규제발표 이틀 전 주택 매입계약서를 썼다는 한 직장인은 이번 규제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투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가는 건데 이런 식으로 다 묶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상담 직원에게 되물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관계자들은 생각보다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A은행 관계자는 "지점에서 대출받아서 전세나 주택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보통 여유가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 잔금 마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신용대출을 최대로 받아야 하는지, 추가대출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고민하면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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