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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종부세로 집값 못 잡는다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7 16:32

수정 2018.09.17 19:19

세금 올렸더니 집값 되레 올라 두차례 개정 경험 무시하면 안돼
강박증 벗어나 합리적 토론을
[염주영 칼럼] 종부세로 집값 못 잡는다

종부세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또 종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주 최고세율을 2%에서 3.2%로 올리고,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9·13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여야의 평가와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집값은 못 잡고 주택시장만 얼어붙게 할 것"이라며 비판 일색이다.


종부세법 개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개정 결과가 어땠는지를 살펴보면 세 번째 개정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첫 개정은 노무현정부 때로 2006년부터 시행됐다. 세율을 올리고 대상을 넓혀 과세를 크게 강화했다. 두 번째 개정은 이명박정부 때로 2009년부터 시행됐다. 이번에는 정반대로 과세를 대폭 완화했다. 각각 법이 바뀐 첫해 집값이 어떻게 움직였을까.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연도별 주택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종부세를 강화한 첫해인 2006년에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평균 11.7% 올랐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4.2%나 치솟았다. 둘 다 역대 최대폭이다. 반면 종부세를 완화한 2009년에는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1.5%에 불과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2.5% 오르는 데 그쳤다. 종부세가 도입된 초기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종부세와 집값 상승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우연일까. 모든 정책에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있다. 목표와 수단이 서로 아귀가 맞아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집 없는 서민들 내집 마련을 돕는 재원으로 사용한다면 의미가 있다. 종부세 증세는 소득 재분배와 빈부격차 해소에는 유용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집값은 아니다. 종부세를 올리면 집값은 더 오른다.

문재인정부는 종부세 인상을 집값 안정을 위한 강력한 무기로 인식한다. 그러나 과거 두 번의 법 개정 경험은 이런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경험과 배치된 인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빈부격차 해소는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경험한 일마저 부정해서는 안된다. 두 번의 경험만으로 9·13 대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 종부세를 올리는 것이 집값 안정을 위해 믿을 만한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종부세는 2005년 처음 도입돼 올해로 14년째 시행되고 있다. 부동산 분야의 부자증세라는 성격 때문에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진보가 집권하면 종부세를 올렸고, 보수가 집권하면 종부세를 내렸다. 정치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다 보니 조세저항도 다른 세목에 비해 유달리 컸다. 2008년에는 위헌 판정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지난 14년간 경험을 축적했다.
여기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정치권은 논쟁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으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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