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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문가도 헷갈리는 부동산 대책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7 17:18

수정 2018.09.17 19:17

[기자수첩]전문가도 헷갈리는 부동산 대책

"근래 대책이 쏟아지긴 했지만 규제 강도만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라서요."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추가 부동산대책에 따른 후폭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업계 전문가가 웃으며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대책만 벌써 8번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오는 21일 발표를 예고한 추가 공급대책까지 고려하면 한 주 만에 두 건의 대책이 나오는 셈이다.

대책마다 정부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슬로건이 있다. 바로 역대 정부 통틀어 가장 강도 높은 대책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규제 범위를 넓히면서 일명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를 발표해오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어떨까. 업계는 '단기적 심리 위축' 효과에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대출 문턱을 높이다 보니 매도.매수자의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도가 높아진 만큼 '촘촘하고 세밀한' 규제대책이 나왔는지에 대한 평가는 냉담하기만 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간 초고강도로 쉴 새 없이 대책을 냈는데도 집값이 안잡히면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뭘 꺼낼지 궁금해진다"면서 "이렇게 규제만 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1차원적인 방법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제점은 또 있다. 근래 정부가 보여준 '손바닥 뒤집기식' 정책 전환에 상실된 수요자들의 '신뢰감'이다. 유명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자고 일어나면 또 대책이 바뀔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세금 혜택을 줘 오히려 투기꾼만 키웠다"는 여론의 뭇매에 발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대책을 수정했다. 여기에 그린벨트 해제처럼 예민한 문제를 당정청이 협의하지도 않은 채 제각각 목소리를 내 서울 부동산 시장을 또 한번 혼란에 빠트렸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 추진으로 상실된 수요자들의 신뢰감이 회복되기까지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1일 정부는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 규제대책과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오락가락 정부'라는 오명을 벗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윤지영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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