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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길 막힌 재테크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7 17:19

수정 2018.09.17 17:19

[윤중로]길 막힌 재테크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일반 직장인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이른바 재테크 방법이다.

우선 적금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 무식할 정도로 저금하는 게 첫번째다. 아껴 쓰고 또 아껴 써야 한다. 먹는 것 말고는 사지 않아서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가 100%에 육박할 수도 있다. 아님 펀드를 들거나 좀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저기 귀동냥을 해야 한다. 다만 "너한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인데…"라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사는 순간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비자발적 장기투자자' 대열에 오를 수 있다.

뭐니뭐니 해도 재테크의 꽃은 부동산이다. 아파트 분양을 받아 단번에 시세차익을 얻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도심 외곽지역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 '갈아타기 신공'을 발휘해 도심 인기지역 큰 평형 아파트에 입성한다. 물론 시기와 지역을 잘 선택해야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다.

뜬금없이 3대 재테크 방법을 거론하는 것은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부동산 광풍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최근 몇 달간 동창회를 가도, 동호회에 참석해도, 커피숍에 앉아 있어도 삼겹살집에서 술잔을 들어도 공통 화제는 부동산이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수억원을 벌었다는 무용담과 함께 정부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아서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는 자책도 적지 않다. 1년 열심히 아껴도 1000만~2000만원 모으기도 힘든데 하루아침에 1억~2억원씩 집값이 뛰니 일할 맛이 안 난다는 푸념도 많았다.

왜 이리 부동산에만 관심을 가지고 돈이 몰릴까?

답은 뻔하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재테크 방법 중에 가장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전하기까지 하다. 세금을 몇백만원, 몇천만원 낸다고 해도 한달에 수천만원, 1년에 수억원씩 오르기 때문에 끝없이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에 돈이 몰리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유동성이 건전한 투자 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올라가는데 은행 예.적금 금리는 여전히 낮다. 재테크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주식시장은 양도소득세 문제로 시끄럽다. 내년 4월부터 모든 지수 관련 파생상품의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2021년 4월부터는 종목당 3억원 이상 투자엔 양도세를 내야 한다.
3억원 이상이면 대주주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양도세에다 거래세까지 이중으로 세금을 내게 되는데 소위 큰손들이 주식시장에 올 이유가 없어진다.
개미들도 대박이 나서 평가금액이 3억원에 다다르면 장기 투자하기보다는 양도세가 무서워 수익을 먼저 챙길 것이다.

두 가지 재테크 길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놓으니 꾸역꾸역 부동산으로 돈이 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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