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조선업계, '일자리'가 부담스러운 사연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8 15:25

수정 2018.09.18 15:25

벌써 5개월 전이다. 정부에서는 조선업을 살리겠다며 조선산업 발전 전략을 내놨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당연히 정책자금 지원을 비롯해 이런 저런 방안들을 백화점식으로 담고 있었다.

이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대책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연간 3000명을 조선사들이 채용하도록 하겠다는 일자리 대책이었다. 채용해야 하는 조선사는 소위 빅3를 낙점했다.

최근 몇년간 조선사들의 일감이 떨어지자,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정책자금 지원에다 슬쩍 일자리 대책을 끼워 넣은 것이다.


조선업이 다 죽어가니 이를 살리자고 내놓은 대책인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판국에, 정부의 일자리 그래프에 실적을 보탤 생각 먼저 한 셈이다.

얼마전에 조선 해양의 날 행사가 열렸는데, 이자리에 조선사 최고경영자 몇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도 참석한 정부 고위관계자가 조선업체 대표들에게 '일자리'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만큼 조선업계가 빨리 살아나야 한다는 '덕담'성 얘기 였겠지만, 거기에 콕 집어 '일자리'를 가져다 붙이니 그 앞에서 듣던 조선업계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될수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 정부 정책중에서 '일자리'가 들아가지 않은 게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 확대와 크게 연관이 없을것 같은 기관장이나, 산하 공기업들도 내놓는 정책을 보면 의례히 마무리는 '일자리 확대'에 일조 하겠다고 마무리 될 정도다.

그런데 조선업계 만큼은 지금 고용 확대 얘기를 꺼낼 상태가 아니다. 조선사 빅3중 첫째인 현대중공업은 당장에 오늘 내일 해양부문에서만 2000여명의 정규직을 줄여야 하는 판국이다.

그나마 가장 수주가 활발하다고 하는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목표치를 못채우게 되면 올해안에 희망퇴직을 또 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올해 뿐 아니라 이미 수년째 조선사들은 상시 구조조정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을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틈날때 마다 조선사들을 향해 일자리 얘기를 꺼냏고 있으니,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조선업계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표하기도 했다. 현대와 삼성은 이미 사람을 뽑겠다는 걸 발표 했고, 구체적인 안이 아직 없는 대우조선해양도 조만간 채용계획이 나올 조짐이다.

얼마전 만난 조선업체 사람에게 "일감 없다며 현장에서는 사람을 자르던데, 대졸 신입사원은 왜 뽑냐고"고 물었더니 "만들 배는 줄어들고 있지만, 어쨌든 영업은 계속 뛰어야하고, 연구개발도 해야 하니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만들 사람은 점점 필요 없지만, 그래도 배를 팔아야 회사가 돌아갈수 있으니 영업, 설계, 연구개발 인력들은 또 필요 하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내보내야 하지만, 살기위해서는 또 채용 해야 하는게 조선업계의 딜레마다. 이런 판국에 고용창출이니 일자리 확대 같은 압력은 조산사들에게 것은 너무 가혹한 숙제가 아닐까.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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