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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통계와 거짓말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8 16:51

수정 2018.09.18 16:51

깊이가 1.2m(4피트)인 수영장에서 키가 1.8m(6피트)인 사람이 익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4피트는 평균값이고 실제 수영장 깊이는 3~10피트였다. 어느 공장에 근로자 10명과 사장 한 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 공장의 평균임금은 월 2000달러로 조사됐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은 그 절반인 1000달러에 불과했다. 총임금 가운데 나머지 1만2000달러는 사장 몫이었다.


미국의 잡지 편집인이었던 대럴 허프(1913~2001년)는 1954년 '통계로 거짓말 하는 법(How to lie with statistics)'이란 책을 썼다. 이 책에서 통계에 대한 다양한 왜곡과 오해 사례를 소개했다. 앞에 열거한 사례들도 그중 일부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평균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1세대 물리학자 김정흠(1927~2005년)은 1994년 허프의 책을 '재미있는 통계 이야기'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이 책 표지 뒷면에 실린 글이 신선하다. "이 책은 통계를 사용해 사람을 속이고자 할 때 그 방법에 관해 쓴 입문서"라고 소개했다. "정직한 일반 사람들이 속지 않기 위한 안내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를 읽는 법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통계와 현실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괴리가 있다. 통계는 정규분포를 가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표본수를 무한대로 늘리면 정규분포가 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표본수가 적으면 신뢰도가 낮아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통계는 왜곡되기 쉽다. 통계 작성자가 통계의 이런 한계들을 특정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어서다. 이런 위험을 일찍이 경고한 사람이 있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년)다. 그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냥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통계청이 18일 논란을 일으켰던 가계소득 통계를 손질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사방식, 표본의 수와 구성 등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다.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개편의 시기가 소득주도성장에 불리한 통계가 나온 뒤끝이라 어쩐지 찜찜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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